[베스트셀러 따라잡기]4만부씩 팔린 배두나씨 사진에세이

  • 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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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릿트렌드로 찍고 맘껏 즐겨라

추석 연휴,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과 만났다. 교육학 전공이나 지금은 사진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그. 술자리 끝에 푸념을 늘어놓았다. “거장의 사진집도 겨우 몇 백 부 나가는 세상에 연예인 포토에세이가 몇 만 부씩 팔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한마디 물었다. “예쁘냐?”

그가 말한 연예인은 영화배우 배두나다. 푸념한 책은 배 씨가 찍고 쓴 ‘두나’s 도쿄놀이’(테이스트팩토리). 지난달 16일 출시됐는데 벌써 4만 부가 나갔다. 지난해 ‘두나’s 런던놀이’(4만5000부)에 이어 연타석 히트다. 벌써 전작에 육박했으니 2편은 장외홈런이 될 기세다.

사진집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패였다. 주5일 근무제로 카메라는 최고의 취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디지털카메라는 물론 필름카메라의 바람도 거세다. 중고 카메라가 몇 백만 원씩 해도 잘 나간다. 서점가도 이 열풍의 ‘수해’ 혹은 ‘수혜’를 입었다.

27일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 본점 예술 취미 코너. 대충 훑어봐도 여행 아니면 사진 책을 들고 있다. 코너 담당 김혜선 씨는 “예술 분야 판매의 70% 이상이 사진 관련 서적”이라고 말했다. 20, 30대 독자가 많고 한 번 오면 여러 권씩 구입한단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한빛미디어) ‘인물사진촬영을 위한 DSLR’(성안당) 등이 대표 베스트셀러. ‘왜관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황금가지)도 곧잘 나간다. 그러나 ‘두나’s 시리즈’를 따라잡진 못한다. 판매부수가 몇 천 부로 단위 수준이 다르다.

저자에겐 미안하지만 두나’s 시리즈의 ‘사진 수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지인의 표현 뒤에 숨자면 “감각은 있지만 아마추어 실력”이란다. 글도 글쎄…. 솔직하긴 한데 속 깊진 않다. 그저 친구의 인터넷 블로그를 보는 기분이다.

바로 그 지점. 거기에 성공의 키포인트가 있다. 누구나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예술입네 문학입네 폼 잡지 않는. 동년배 여배우의 가식 없는 여행. 요즘 젊은 여성들이 즐기는 ‘자아를 위한 오마주’인 두나’s 셀카놀이가 많이 실려 있는 것도 친근함을 전해준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췄다면 아쉬움이 남을 터. 책은 살짝 한 발짝 더 나간다. 폼 나는 고가의 카메라, 자유롭고 편한 해외여행, 맛있고 세련된 음식, 남들과 다른 패션 쇼핑. 여기에 이성 또는 동성의 솔메이트(soul mate)…. 여성이 꿈꾸는, 뻗으면 잡힐 듯한 워너비(wannabe). 바로 요즘 핫 트렌드인 ‘칙릿(chick-lit)’의 완벽한 영상을 구현했다.

사족 하나. 이 책은 어느 분야에 들어갈까. 한 인터넷몰은 ‘사진집’으로, 한 서점은 ‘에세이’로 분류했다. ‘여행서’, ‘그림일기’라고도 불렀다. 모두 맞는 말이며 동시에 틀렸다. 두나’s 시리즈는 포장이 어여쁜 종합선물세트다. 그녀는 이렇게 놀고 싶은 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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