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천재감독의 맨얼굴을 보다

  • 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코언 형제-부조화와 난센스/윌리엄 로드니 앨런 엮음·오세인 옮김/391쪽·1만5000원·마음산책

‘코언 형제-부조화와 난센스’는 성공한 영화감독이자 인터뷰하기 어려운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조엘과 이선 코언 형제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유머가 있고 유쾌하지만 어딘가 뒤틀리고 기묘한 구석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 형제. 매번 창의적이고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덕택에 ‘코언 형제 영화 연구 모임’이라는 단체가 생기고 그들의 영화를 해독하는 대학 강좌도 생겼다.

이쯤 되면 코언 형제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 비밀 같은 게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0여 년에 걸친 서른 번의 인터뷰를 모은 이 책은 오히려 “코언 형제의 비범한 점은 그들이 겉보기에 조금도 비범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천재 감독’이라는 명성에 그들의 진면목이 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들은 까다로운 인터뷰 상대라는 평과 다르게 영화에 관한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한다. 대표작 ‘파고’의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단순한 사람”이라며 “악한을 빈틈없는 프로페셔널로 그리는 할리우드 클리셰에 반기를 들고 싶어 캐릭터를 단순하게 그린다”고 답한다.

늘 영화 속에서 구사하는 블랙코미디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린다. 이들은 “우리에게 코미디는 그저 삶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삶의 불합리한 모습 자체가 웃긴다”고 말한다. 삶의 부조리함을 그대로 영화 속에 재현하는 데서 코언 형제 특유의 코미디가 탄생한다는 이야기다.

그 대신 따분하고 사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거나 농담으로 받아친다. “영화 철학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이선은 “말문이 딱 막힌다. 내가 아는 한 그런 건 없다”며 묻는 이의 힘을 뺀다. 영화 촬영 현장 스케치와 촬영장 에피소드, 주변인 인터뷰 등도 함께 실었다.

‘우디 앨런: 뉴요커의 페이소스’(마음산책)는 코언 형제가 인터뷰에서 “그리 상업적이지 않은 영화를 만들면서 우리만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이라고 말한 앨런에 관한 책이다. 20편의 짧은 대담 안에 앨런 감독의 영화관부터 일상까지 담고 있다. 코언 형제가 ‘허드서커 대리인’을 연출할 때 영감을 받았다는 ‘시민케인’의 감독 오손 웰스에 관한 책으로는 앙드레 바쟁이 쓴 ‘오손 웰즈의 영화미학’(현대미학사)이 있다.

살인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비극적으로 그리는 코언 형제의 연출 기법은 히치콕의 영향을 받았다. ‘히치콕: 서스펜스의 거장’(을유문화사)은 ‘39계단’에서 ‘사이코’까지 히치콕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묘사했다. 코언 형제는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바톤 핑크’에서는 포크너를 닮은 캐릭터를 창조하기도 했다. 포크너의 작품 세계에 관한 책으로는 ‘위대한 이야기꾼 윌리엄 포크너’(한국학술정보)가 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소설 ‘빅슬립’(북하우스)은 코언 형제가 ‘빅 레보스키’를 연출할 때 영감을 줬던 책. 코언 형제는 챈들러가 그리는 로스앤젤레스의 분위기를 이 영화에 담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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