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신도시서 만나는 피사로-미로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일상… 열정… ‘인생의 두 얼굴’

■ 일산 ‘…인상파 화가들’전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

빛의 움직임 따라 표현

소박한 온기가 저절로

■ 분당 ‘… 최후의 열정’전

정열적 색채 어우러진

뜨거운 상상력의 산물

추상미술 정수 보여줘

‘인상파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카미유 피사로(1830∼1903)와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의 발전을 이끈 스페인의 호안 미로(1893∼1983). 끝없는 탐구와 실험을 통해 새로운 영토를 개척했던 두 거장이다. 미술사에 남긴 또렷한 발자취에 비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이들의 예술을 조망하는 전시가 일산과 분당의 미술관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아람미술관의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3월 25일까지)은 인상파의 중심에 섰던 피사로, 그와 영향을 주고받은 화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미술관의 ‘호안 미로-최후의 열정’전(2월 22일까지)은 후기에 제작한 대형 판화를 통해 말년의 미로를 집중 조명한다. 백화점식 전시가 아니라 거창하고 요란하진 않지만 작가의 내면을 꼼꼼히 짚어보는 전시다. 지역민에겐 동네에서 알찬 전시를 만날 기회다. 서울에서 찾아갈 경우 직행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가깝다.

# 풍경이 건네는 위로-피사로와의 만남

부드러운 연보랏빛 구름 낀 하늘. 그 아래 비가 내리는 정원에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인다. 감미로운 색감으로 표현된 고즈넉한 풍경이 메마른 마음을 포근하게 어루만져 준다.

아람미술관에서 만난 피사로의 ‘비 오는 날의 튈르리 정원’.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그려내는 인상파의 특징을 오롯이 드러낸다. 자연에 대한 성실한 관찰자였던 인상파의 대표 화가답게 그는 계절과 날씨의 미묘한 변화와 작은 일상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영국 에슈몰린 박물관의 컬렉션을 들여온 전시는 모네와 마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피사로의 진면목을 일깨워준다. 그는 8차례 인상파전에 빠짐없이 참여했던 유일한 화가이자 인상파의 정신적 지주였다. 도시화된 파리에 매료된 다른 화가에 비해 농촌 풍경을 근대적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을 다수 남겼고 차분한 색감, 절제된 붓 터치가 특징. 심규선 전시팀장은 “세잔이 정신적 스승으로 받들었던 피사로의 작품세계 전반과 인간적 면모를 조명한 전시로 인상파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피사로의 작품을 중심으로 인상파에 앞서 야외에서 풍경을 그렸던 바리비종파의 카미유 코로의 유화, 밀레의 드로잉 등 90점으로 구성됐다. 평화롭고 소박한 온기가 전해지는 작품들은 마음이 어수선할 때 음미하면 제격이다. 관람료 5000∼1만 원. 031-960-0180

# 열정적 색채의 마법-미로와의 만남

정열적 색채와 유기적 형태가 어우러진 작품을 보노라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성남아트센터 미술관에 전시된 미로의 판화 103점은 얼핏 낙서처럼 보이지만 풍성한 색채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치밀한 의도로 제작된 작품들. 만년의 작업이란 설명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프랑스 매그재단의 소장품을 선보인 전시에선 미로가 만든 독특한 상형적 문자와 여자, 별, 새 등의 이미지가 담긴 석판화와 동판화를 볼 수 있다. 자연의 형상을 기호에 가까운 형태로 변형시킨 그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와 공동으로 완성한 작업과 ‘지옥의 형벌’ 시리즈, 동양적 관조가 스며 있는 먹의 느낌을 살린 작품 등은 작가의 긴 예술적 여정의 마지막을 증언하는 작품들이다. 김진엽 전시기획부장은 “미로의 작업은 합리적 사고의 활동 영역 뒤에 숨쉬고 있는 잠재된 무의식의 풍부한 세계를 보여준다”며 “삶의 느낌을 다양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말년의 판화작업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초상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삶의 열정이 꺼진 듯 모든 게 시들한 사람에게 미로의 열정은 주술적 힘을 발휘한다. 관람료 4000∼7000원. 031-783-814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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