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 30선]<11>칼 세이건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외계생명체가 대중의 지적인 상상력에 어째서 그토록 강력한 마력을 행사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때 그들은 외계생물학의 시인인 ‘이타카의 칼 세이건’을 향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실패한 꿈에서 시작한다. 칼 세이건(1934∼1996). 외계생명체를 찾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 소망하던 것을 끝내 찾지 못했지만 꿈에 이르기 위한 열정으로 너무나 유명해진 사람.

‘칼 세이건’은 베스트셀러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영화 ‘콘택트’의 원작자인 칼 세이건의 삶을 담은 책이다. 별과 공상과학소설에 심취했던 어린 시절부터 UFO에 매달린 대학 시절, 외계의 생명체를 찾기 위한 분투, 주류 과학계에서는 외면받았으나 대중에게 명성을 날린 과학 저술, 그리고 여러 차례 결혼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개인사까지, 과학 전문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꼼꼼하게 훑는다.

이 책을 추천한 이명현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은 “학문적 경계와 편견을 걷어내고 다학문적 성취를 이룬 주인공인 세이건의 여정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세이건이 이룬 일들을 만나면 추천사가 더 크게 와 닿는다.

1972년 목성을 탐사하기 위해 파이어니어호를 보냈을 때 세이건이 한 일은 인간을 그린 그림과 태양계 위 지구의 지도 등 인간이 만든 인공물을 싣는 것이었다. 파이어니어호를 준비할 무렵까지 외계생명체를 찾으려는 작업은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분석하겠다’는 데 그쳤지만 세이건은 지구인의 존재를 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선구적이었다.

이렇듯 ‘외계생물’이라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에 대한 세이건의 열정은 전 세계인의 경탄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천문학을 쉽게 풀어 쓴 코스모스는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도 전 세계 60개국 5억 명이 시청했다.

여기에는 그에게 용기를 준 세 번째 아내 앤 드루얀의 공도 컸다. 먼저 한 결혼은 실패였지만 뒤늦게 뜻 맞는 배우자를 만난 그는 드루얀의 격려에 힘입어 ‘미디어 과학자’로서의 명성을 떨쳤다. 세이건으로 인해 천문학은 딱딱한 학문의 울타리를 벗어났다. 대중에게 우주는 여전히 신비의 대상이었으나 더는 이해하기 어려운 천문학 용어로 가득한 곳은 아니었다.

세이건이 제안하고 전 세계인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 중인 지구 외 문명탐사계획(SETI)은 출범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껏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생전의 세이건이 했던 얘기를 되새기며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증거가 없음이 곧 없음의 증거는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이건이 이미지와 행운에 힘입었다고, 대중에게 가치가 없는 것을 팔아 성공했다고 비난한다. 그들의 말처럼 세이건이 사람들에게 준 것은 이전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이건 덕분에 사람들은 꿈을 꾸게 되었고 상상력을 넓힐 수 있었다. 그것이 세이건이 한 일 중 가장 큰 업적이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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