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그는, 어떤 이름으로도 가닿을 수 없는 존재이다. 나는 지상의 고결한 은유로 그를 형상화하고 그의 아름다움을 호명하고 싶지만, 그는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는 존재이며, ‘나의 나라’에서 먼 존재이다. 그는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운’ 사람이다. 그를 호명하고 싶은 내 욕망은 언제나 그의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한다. 그는 언제나 나의 언어 너머에서 아름다운 사람.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가 부르는 우주의 이미지들보다 더 높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만 그 사랑 앞에서 겸손해야 하리라. 나는 차라리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라고 고백해야 하며, 그 높이를 알 수 없는 사랑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 내가 당신을 다 안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다만 당신의 반이라고 말해야 하리라. 내가 당신의 온전한 전부는 아니지만, 당신의 일부로부터 나왔다는 사소한 진실은, 내 사랑에 대한 부끄럽지만 가슴 벅찬 고백이다. 여기서 정지용의 절대자에 대한 경배는,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열망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이광호 문학평론가·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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