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3>다시 읽는 드레퓌스 사건

  •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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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뒤 파티 드 클람 중령을 고발합니다. 그는 법적 오류를 야기시킨 악마적인 장본인이었습니다. 나는 펠리외 장군과 라바리 소령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극악무도한 편파적 수사를 펼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1894년 제1차 군사 법정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불법적으로 전달된 비밀 자료에 근거하여 피고(드레퓌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법을 위반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지금 나의 고발 행위는 진실과 정의를 앞당겨 분출시키기 위한 하나의 혁명적 방법일 뿐입니다.”

-이병훈 PD 추천》

1898년 1월 13일 작가 에밀 졸라가 ‘로로르’지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실었다.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지식인들의 관심이 절정에 올랐을 때였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에 담긴 끔찍한 진실에 프랑스가 경악했다.

앞서 1894년 프랑스 육군의 포병 대위였던 유대인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반역죄로 기소돼 종신 유배형을 받았다. 군사 기밀을 독일에 팔아넘겼다는 혐의였다. 정보 유출에 사용된 문건에서 ‘D’라는 암호명이 사용됐다고, 드레퓌스라는 이름의 첫 글자가 암호명과 일치한다고 간첩으로 지목받은 이 군사 재판은 은폐 허위 음모 같은 더러운 단어들로 채워진 것이었다. 보불전쟁 패전의 책임을 면하기에 급급하던 프랑스 군부로선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나는 고발합니다. 드 클람 중령을, 비요 장군, 부아데프르 장군과 공스 장군을…필적 감정가 세 명을, 국방부의 여러 부서를, 제1, 2차 군사 법정을.” 에밀 졸라가 언급한 한 사람 한 사람은 ‘드레퓌스 사건’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짜여진 음모였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이 책은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꼼꼼하고 치밀한 자료 모음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수많은 등장인물에 대한 해설, 연대표와 사진 자료들, 많은 신문 기사가 500쪽이 훌쩍 넘는 두툼한 책에 담겼다. 그렇다고 자료를 무작정 쏟아 부은 게 아니라 복잡한 사건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용한다. 한편으로 이 사건의 전말을 문학적인 서술로 보여줌으로써 쉽고도 흥미진진하게 읽히도록 이끈다. 그래서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이 재심에 부쳐지고 ‘여전히 유죄이나 정상 참작에 의해’ 5년간의 유배 생활에서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은 대단히 극적이다. 특히 저자는 프랑스 군부의 의도를 파헤치는 데 집중한다. 당시 신형 75mm 대포를 제작하던 프랑스 군부가 진범인 에스테르아지 소령 대신 드레퓌스를 처벌함으로써 독일군의 관심을 돌리고 허위 정보를 유포하려 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을 추천한 ‘이산’의 이병훈 PD는 “‘힘없는 한 인간이 국가권력에 의해 저렇게 처절하게 무너질 수도 있구나’를 깨닫게 해준 책”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국민이 새 대통령에게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으며 대통령 또한 국가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개혁을 통해 기대에 부흥하려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드레퓌스 같은 백성이 생겨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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