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 입력 2006년 4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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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마이클 겔브 지음/328쪽·1만3000원·청림출판

누구나 달릴 수는 있지만, 달리는 법을 집중적으로 배우면 더 잘 달릴 수 있다. 춤과 노래, 글쓰기나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방법을 익히고 훈련하면 훨씬 더 나아진다.

문제는 교사다. 누구에게 배울까? 이 책은 역사 속의 천재 10명을 개인교사로 추천한다. 예를 들어, 플라톤은 보이는 현상 뒤에 숨은 불변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천재였다. 다윈은 자연을 정확하게 관찰하는 능력에 있어 천재였다. 간디는 종교적 관용과 사회 개혁을 일치시킨 천재였다. 콜럼버스, 토머스 제퍼슨 등도 저마다의 영역을 구축한 천재 드림팀의 일원들이다.

그런데 너무 위대한 스승들은 오히려 위축감을 주지 않을까. 뉴턴의 말을 들어 보자.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다면 더 멀리까지 볼 수 있다.” 평범한 우리가 거인이 되기는 어렵지만, 거인의 어깨를 디딘다면 한 뼘 더 높은 시야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어깨를 내 준 거인들 중 최고 스타는 단연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열차를 타고 우주를 여행한 덕분에 상대성 이론을 얻었다. 자유로운 연상을 즐기고 복잡한 사고를 시각화하는 힘이 그의 비법이다.

콜럼버스는 설득력의 스승으로 꼽을 만하다. 그는 익숙한 해안선만 항해하던 당시의 습관을 버리고 과감하게 미지의 바다로 나간 사람이다. 관건은 자금을 지원할 후원자를 구하는 일. 꿈을 이루기 위해 그가 구사한 언어, 화술, 글쓰기 방법이 새롭게 다가온다.

인간의 본성과 자아를 탐구하는 데에는 단연 셰익스피어가 눈길을 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무려 1200여 명의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드라마 속의 독창적인 영혼들은 사랑, 용서, 정치권력, 죽음을 둘러싸고 복잡한 반응을 한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감성적 지성’을 계발시키는 생생한 교본이다.

이 책은 역할모델을 제시하는 데에만 멈추지 않는다. 각 장의 끝에는 ‘연습하기’가 풍부하다. 생각하고, 듣고, 쓰고, 말하기는 구술의 필수 영양소이다. 각자에게 부족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자. 즐겁게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거인들도 기꺼이 어깨를 빌려줄 것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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