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함께 문화산책]MBC ‘무한도전’의 인기비결

  • 입력 2007년 9월 2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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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싼마이’(3류를 의미하는 방송용 속어)들의 바보짓인 줄 알았다.

기껏 보여준다는 게 지하철과 달리기 경주, 황소와 줄다리기 등 어처구니없는 대결이었다.

MBC ‘무한도전’의 전신인 ‘무(모)한 도전’ 코너는 이렇게 시작했다.

누구나 ‘이 코너 오래 가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지난해 5월 독립 프로그램으로 되고 난 뒤에도 한동안 시청률 6∼9%를 오가는 평범한 오락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여름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1년 만에 다시 본 ‘무한도전’은 어느덧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해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변신의 즐거움

○ 매주 새로운 상황 던져주고 창의적으로 해결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 등 이른바 ‘비호감’ 연예인으로 꾸려진 출연진은 ‘이보다 더 궁합이 잘 맞을 수 없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프로그램 시청률이 20%가 넘고 방영 후엔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것도 놀라웠다.

‘무한도전’의 미덕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열었다는 데 있다.

‘무한도전’이 독립프로그램으로 분리된 초기, 인기를 끌었던 오락 프로그램들은 거의 인기 스타들을 ‘모셔놓고’ 솔직한 얘기를 들으며 간단한 장기 자랑을 보여주는 토크 쇼 형식이었다. 제작진의 고민은 유명한 스타들을 얼마나 많이 출연시키느냐는 것이었다. 스타 모셔오기는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장치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스타 시스템을 포기했다. 유재석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을 ‘비호감’ 연예인들로 채웠다. 이들은 비호감을 억지로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극대화해 밀고 나갔다. 박명수의 뻔뻔한 호통개그는 유재석의 뒷받침 아래 무럭무럭 자라 ‘(연예계의) 거성’이라는 별명까지 달게 됐다. 정준하의 큰 머리, 정형돈의 뚱뚱한 몸매, 하하의 작은 키, 노홍철의 호들갑 등 모든 것이 개그의 소재가 되면서 시청자의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스스로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자처하는 못난이 6형제가 모여 내는 불협화음이 시청자에게 대리만족과 쾌감을 줬다. 15일 ‘섹스 앤 더 시티’를 패러디해 방영된 ‘썩소 앤더 시티’에서는 패션 감각이 부족한 그들의 어설프고 모자란 듯한 모습이 무기가 돼 더욱 큰 재미를 선사했다. 비호감도 제대로 노력하면 호감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고나 할까.

○ 도전방식-몸개그 다른 프로그램서 따라하기도

송창의 tvN 사장은 “좀 유명해졌다 싶으면 이미지 상할까봐 몸을 사리는 것이 보통인데 이들은 자신의 비호감을 극복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시청자의 연민과 관심을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도전은 또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고정 포맷을 없애고 매주 새로운 상황 설정을 제시했다. 매번 형식을 바꾸는 것은 위험 부담이 컸겠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상황만 던져주고 나머지는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6월에 방송됐던 ‘실미도’ 편은 아무것도 없는 갯벌에서 휴지나 어린이용 미술도구를 던져주곤 ‘알아서 놀아보라’는 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박명수의 외계소년과 정준하의 녹색괴물 등 화제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지금까지 최고의 자체 시청률을 기록했던 ‘서울구경’ 편도 2명씩 3팀으로 나눠 서울 외곽에서 방송국까지 오는 도전 형식이었다. 오는 동안 벌어지는 일은 출연자 각자가 능력껏 해결했다.

정상급의 프로그램은 아류를 낳는다. 무한도전의 도전 방식과 몸 개그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비슷하게 차용되고 있다. 심지어 무한도전의 출연자만 여자로 바꾸고 그대로 본뜬 ‘무한 걸스’도 케이블TV에서 방영을 앞두고 있다.

무한도전은 오락 프로그램의 새 길을 열었고 이젠 남들이 그 길을 따라오고 있다. 무한도전의 매력은 무한 변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무한도전이 앞으로도 얼마나 무한하게 변신할지 주목할 만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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