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대비하기 30선]<24>행복한 노년의 삶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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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있기에 빛의 고마움을 안다. 진정한 정적이 있기에 비로소 새들의 지저귐, 사람 목소리, 나뭇잎 소리, 파도 소리가 친근하게도, 다소 예민하게도 들린다. 공복(空腹)이 있어야 음식 맛도 생긴다. 인간의 감각이란 이처럼 어둠이나 정적, 공복과 같은 무(無)가 있어야 비로소 그 반대에 있는 것의 존재감이 커지게끔 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한쪽을 버리면 다른 한쪽도 의미를 잃는다. ―본문 중에서》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노인복지 실천가로 일하고 있다. 일찍부터 노인복지정책에 관심을 가졌고 한국의 뒤떨어진 노인복지 수준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노인들을 대해 왔다. 그래서인지 아직 노년의 나이는 아니지만 노년을 많이 이해하게 됐다.

노인뿐 아니라 노후를 대비하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나는 ‘노인이 되어서도 일을 계속하며 사회적 역할을 갖는 게 행복한 노년’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 책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저자 나카노 고지가 70세까지 보장된 교수직의 정년을 15년 남겨둔 55세에 ‘나 자신만을 위해 살겠노라’며 대학을 박차고 나왔기 때문이다. 일을 내던지고 그가 추구한 행복은 어떠한 것이었는지 궁금했다.

저자는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면서 삶을 누리거나 존재 가치를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유행에서 해방됨으로써 행복을 찾고 노년의 시간을 가꾸려 하였다. 수필집과 철학서를 읽으면서 깨달아 가는 기쁨을 누렸다. 조용하고 단순하며 자연 그대로에 순응하는 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했다.

이처럼 조용히 관조하는 생활은 내가 생각해 온 바람직한 노년과 다소 다르다. 그러나 페이지를 뒤로 넘기면서 점차 깊이 공감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됐다. 책을 좋아하는 저자답게 책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책은 노년의 가장 좋은 벗이다. 깨닫고 생각을 넓히며 배우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저자는 아픈 아내를 대신해 난생 처음 살림을 맡고, 자식 같은 개와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같이한다. 바둑으로 취미 생활을 하며 사람을 사귀고, 도둑을 막기 위해 목검을 들고 가짜로 검도 연습을 하는 등 그의 일상을 읽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궤도에서 빠져나와 사소한 일에 감사하며, 자연과 벗하는 인간다운 삶을 선택한 저자의 용기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노년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바람직한 노년을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며 사회적 역할을 갖는 것’만으로 생각하는 건 되레 노년을 피하는 소극적 자세일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사회적 역할을 갖지 못할 때의 노년은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이에게는 노년을 정의하는 시간과 실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는 55세부터 노년의 삶을 실천한 덕분에 70대 후반에도 완전히 성숙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그가 55세부터 노년의 삶을 적극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부터 생각과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책을 덮으며 50대에 접어든 나도 노년기를 구체적으로 그려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성공한 미래를 꿈꾸며 청년기를 보내듯 중·장년층도 이 책을 읽으며 ‘성공한 노년’을 꿈꾸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서경석 한국노인종합복지관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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