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대비하기 30선]<8>소파전쟁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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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들이 문제지, 나이 든 부부들이 무슨 문제냐고? 초장에 박살내지 않고 몇십 년을 함께 살다보면 나름대로 노하우도 쌓였을 텐데 앞으로도 그 페이스대로 쭉 밀고 나가면 됐지 새삼스레 웬 재점검이냐고? 글쎄 그게 그렇지 않으니 문제란 말이다. 길고 긴 세월을 남하고 함께 끝까지 살아낸다는 거, 그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살아갈수록 엄청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본문 중에서》

‘마초 남편’들이여, 반성하라

아내와 가끔 하는 얘기가 있다. 지금 잘 살고 있다고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고. 지금은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알 수가 없는 것이라고 젊은 나와 아내는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연애 시절 끔찍이 사랑해 결혼에 골인하고 아이 낳아 잘 살다가도, 처음 보는 남처럼 헤어지는가 말이다.

참으로 사랑이란, 결혼이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 책은 그토록 사랑하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원수로 변해 가는지를 생생히 그리고 있다. 읽다 보면 몇몇 에피소드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상황, 인물들이다.

“어, 이 사람들 싸우는 꼴이 옆집 누구누구네랑 똑같네?”

“햐! 이건 완전히 우리 부모님 얘기야!”

그만큼 이 책에 나오는 부부 이야기들은 우리의 현실이다. 누구나 주변을 둘러보면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흡사한 부부가 몇몇은 나올 법하다. 아니,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기도 하니까.

제3자가 되면 모든 일이 참 쉽다. 정황을 파악하고 선악을 구분한다. 그리고 판별을 내린다. 남편 혹은 아내의 탓이라고. 이 책에는 수도 없이 나쁜 남편들이 나온다. 독선적이고 위선적인 마초 남편들이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정말 나쁜 남편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남편들은 다 늙어 이혼당해도 싸다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그런 남편이 다름 아닌 내가 아닐까 생각하며 속으로 떨고 있다. 스스로를 돌아볼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도 깨끗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대한민국 다수의 남편이 행하는 그 멍청한 짓들을 나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으니까. 남성들은 말한다.

“그래도 여자들이 그러면 안 되지.”

그럼 여성들은 되받는다.

“안 되긴 뭐가 안 돼? 그동안 당한 게 억울해서 속된 말로 ‘늙어 엿 좀 드시라’고 이혼한다는데 누가 감히 말려? 당신? 아니면, 너?”

예수께서 말씀하시길, 죄 없는 자,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 하셨다는데, 이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죄 천지다. 아내를 식모로 안 죄, 아내를 목석으로 안 죄, 아내를 원더우먼으로 안 죄. 아내를 애 낳는 기계로 안 죄, 아내를 짐승으로 착각한 죄.

그래도 생각해 본다. 과연 이혼에 이르는 것은 남성들, 아니 어느 쪽이든 간에 정말 한쪽만의 책임일까? 이혼도 결혼처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결코 한쪽만의 책임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나는 남성이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한 것은 타산지석. 적어도 여기 나오는 남편들처럼은 되지 말아야,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젊다고 생각하는 내 나이 때부터 연습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 많다.

늙어서 황혼 이혼 당해 정신적 경제적으로 파산하지 않으려면 남성들이여, 이 책을 읽어라. 별 볼일 없는 재테크 책이나 뒤적이지 말고.

이우일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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