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감]작곡40년 헌정공연 김희갑 “절반 아내 가사 덕분”

  • 입력 2006년 4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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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김희갑(가운데), 작사가 양인자(오른쪽) 씨 부부가 자신들이 프로듀싱한 음반을 발표할 예정인 인드라 스님과 포즈를 취했다. 강병기 기자
작곡가 김희갑(가운데), 작사가 양인자(오른쪽) 씨 부부가 자신들이 프로듀싱한 음반을 발표할 예정인 인드라 스님과 포즈를 취했다. 강병기 기자
부부는 철이 없었다.

“아, 일흔이라고 놀리지 마세요! 인생 70년이 하룻밤 꿈 같아….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김희갑)

“맞아요. 스키도 같이 타야 하고, 여행도 함께 다녀야 하고…. 같이 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양인자)

7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의 한 연습실. 작곡가 김희갑(70) 씨는 올해 고희(古稀)를 맞았지만 여전히 청바지 차림으로 통기타를 튕기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머리띠를 샀다며 자랑하는 부인 양인자(61·작사가) 씨 역시 만만찮은 ‘청춘’이었다.

“아직 배울 것도 많은 나에게 무슨 헌정무대… 다 양 선생님 덕분이죠. 1980년대 당시 볼 수 없었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가사는 충격 그 자체였죠.”

손사래를 치는 그의 모습. 하지만 흐뭇한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11일 오후 3시,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그의 작곡 생활 40년을 기념해 열리는 헌정무대 ‘그대, 커다란 나무’는 가수 장사익 김국환 임주리 조관우, 테너 박인수 씨 등 그를 존경하는 후배 15명이 1년 전부터 준비한 것.

사실 그에게 바쳐지는 존경과 찬사의 절반은 부인 양 씨의 몫이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 김국환의 ‘타타타’ 등 이들은 ‘명곡을 만들어내는 명콤비’로 불렸다.

“요즘 젊은 작곡가들은 ‘기성복’처럼 곡을 만들어 팔죠. 하지만 우리는 특정 가수를 위해 수작업으로 ‘맞춤복’을 만든다고 할까요?”(김희갑)

“후배들을 보면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 내 생각에는 자존심 없이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갈수록 음악을 쉽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양인자)

이번 공연은 ‘진정 난 몰랐네’ 같은 초기작부터 ‘그 겨울의 찻집’ ‘사랑의 미로’ ‘타타타’까지 들을 수 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랩 버전으로 편곡돼 무대에 오른다. 공연 문의 02-318-0395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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