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92>公明儀曰文王은 我師也라 하니 周公이 豈欺我哉리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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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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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도란 본래의 선한 본성에 따라 나가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요순의 도나 우리 평범한 인간의 도나 한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고서 과거의 인물 가운데 成한(성간), 顔淵(안연), 公明儀(공명의)가 성현과 보통 사람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언급했던 말들을 차례로 인용해서 자신의 설을 입증했다. 앞서는 성간과 안연의 말을 보았고, 이번에는 공명의의 말을 보았다.

公明儀는 魯(노)나라의 현인으로, 公明이 성이고 儀가 이름이다. 文王我師也는, 주자(주희)의 설에 따르면 周公이 한 말이다. 周公豈欺我哉는 반어법의 표현이다. ‘주공이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라고 말하여 실은 ‘주공은 결코 나를 속이지 않는다’ ‘주공의 말은 틀림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주자에 따르면 공명의가 주공의 말을 인용하고 나서 주공의 말이 틀림없다고 재확인한 것이 된다. 단, 한나라 때 趙岐(조기)는 文王我師也를 공명이 스스로 한 말로 보아, 공명의가 문왕을 스승으로 삼고 또 주공의 도를 믿어 따른다는 말로 풀이했다. 주공이 아버지 문왕을 스승으로 삼는다고 말하는 것이 기이하다고 하여 조기의 설을 옳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주자의 설을 따랐다.

고려 말의 李穡(이색)은 ‘古風(고풍)’시에서 ‘周公師文王, 豈欺公明儀’라 했다. ‘주공은 문왕을 스승으로 삼는다 했으니, 어찌 공명의를 속였으리요’라는 말이니, 주자의 설을 충실하게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자의 ‘四書集註(사서집주)’를 도입하여 학문의 바탕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대개 이색의 시대부터인 듯하다.

공자는 ‘논어’ ‘述而(술이)’편에서 ‘仁遠乎哉(인원호재)아 我欲仁(아욕인)이면 斯仁至矣(사인지의)니라’라고 했다. ‘인은 멀리 있는 것일까? 내가 인하고자 하면 곧 인이 이르러 온다’라는 말로, 인은 나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자발성을 지닌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공자가 말하는 仁이나 맹자가 말하는 道는 모두 나의 내면에 있는 가치를 발현해 나가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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