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12>樂正子見孟子曰 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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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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魯(노)나라 군주 平公이 嬖人(폐인) 臧倉(장창)의 저지로 맹자를 끝내 만나지 못하자, 그 접견을 주선했던 맹자의 제자 樂正子(악정자)는 평공을 알현하여 장창의 모함을 반박했다. 그리고서 궁궐을 나와 맹자를 뵙고 장창 때문에 평공과의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을 애석하게 여겼다. 그러나 맹자는 자신이 평공과 못 만난 것은 장창이란 인물의 저지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천명 때문이라고 했다.

見은 윗사람을 謁見(알현)한다는 뜻이어서 ‘현’으로 읽는다. 克은 악정자의 이름이다. 爲來見也의 爲는 ‘제가 주선한 바가 있기 때문에’의 뜻이다. 不果來也는 끝내 오지 못했다는 말이다. 曰 이하는 맹자의 말이다. 尼(닐)은 막는다는 뜻이다. ‘行或使之며 止或尼之라’의 行止는 길을 나아가거나 그만두거나 함을 말한다. 평공으로 하여금 맹자에게 가도록 한 사람은 악정자, 그치게 만든 사람은 장창이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行止는 맹자의 出處行藏(출처행장·세상에 나가 뜻을 행하거나 은둔하여 뜻을 감추고 있음)을 가리킨다. 臧氏之子는 장창을 낮추어 말한 것이다. 焉能使予不遇哉는 의문문이면서 사역의 구문을 포함한다. 焉은 의문사, 能은 보조동사, 使는 사역동사, 予(여·나)는 사역동사의 목적어, 不遇(불우·만나지 못함)는 사역문의 목적보어다.

인간의 행동과 역사의 사건은 필연인가 우연인가. 인격 주체로서는 바른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따름이며, 出處行藏의 결과는 천명에 맡겨야 하리라. 어진 분들이 요직에서 바른 이념을 실천해야 국운이 성할 터인데, 이 또한 인력으로 어찌 할 수 없단 말인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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