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68>先 制(선제)

  • 입력 2003년 5월 11일 17시 35분


코멘트
先 制(선제)

先-앞 선制-제압할 제擊-칠 격

叛-배반할 반燎-불붙을 요壓-누를 압

상대방이 준비하기 전에 먼저 행동에 옮기는 것이 先制며 그런 공격을 先制攻擊(선제공격)이라고 한다. 상대의 虛點(허점)이나 弱點(약점)을 골라 칠 뿐만 아니라 나의 力量(역량)을 최대한, 그리고 집중적으로 동원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상대방에게는 커다란 타격을 입힐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전쟁에서 先制攻擊은 매우 중요하다.

秦始皇(진시황)이 죽고 2세가 섰지만 暴惡(포악)과 奢侈(사치)는 아버지를 능가했다. 참다 못한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 叛旗(반기)를 들게 되니 이제 秦의 社稷(사직)도 風前燈火(풍전등화)와 다름없게 되고 말았다. 이 때 최초로 叛旗를 든 사람은 安徽省(안휘성)의 농민출신 陳勝(진승)과 吳廣(오광)이라는 자였다. 이때부터 반란은 燎原(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會稽(회계) 郡守(군수)였던 殷通(은통)도 이 때를 틈타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 項梁(항량·項羽의 숙부)이 사람을 죽이고 이곳으로 도망쳐 잠시 避身(피신)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이 기회에 項梁의 勢力(세력)을 빌어 擧事(거사)를 결행할 참으로 項梁을 찾아와 말했다.

“보시다시피 지금 도처에서 叛旗가 오르고 있는데 이는 하늘이 秦을 멸할 징조요. 이럴 때 중요한 것은 先手(선수)지요. 즉 先手를 치면 상대를 쉽게 制壓(제압)할 수 있지만(先發制人) 뒤쳐지면 오히려 당하게 됩니다(後發制於人). 어떻소? 그대와 桓楚(환초)에게 지휘를 부탁하고 싶은데…”

그러나 잔뜩 야심을 품고 있던 項梁에게 殷通의 말은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자신을 공격대상으로 하는 말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桓楚는 도망치고 없었다. 그래서 項梁은 이렇게 말했다.

“桓楚는 과연 유능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소재는 제 조카인 項羽만이 알고 있지요. 이 기회에 그를 시켜 찾아오게 하는 것이 어떨지요?”

殷通이 좋다고 하자 項梁은 슬쩍 밖으로 나와 項羽에게 칼을 준비시킨 다음 돌아왔다. 잠시 후 項羽가 들어오자 項梁이 눈짓을 보냈다. 項羽가 칼을 휘두르는 순간 殷通의 목이 달아나 버렸다. 기막힌 先制였던 셈이다.

‘先制’는 先發制人(선발제인)의 준말이다. 먼저 선수를 쳐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말한다. 혹자는 項梁이 한 말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項梁은 자신의 전략을 행동에 옮긴 셈이지만 殷通의 말이라면 그는 오히려 先制를 당한 꼴이 된 셈이다.

鄭錫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