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47>名 將(명장)

  • 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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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 將(명장)

將-장군 장 鵠-고니 혹 炙-구운고기 자

披-헤칠 피 瀝-물샐 력 潰-무너뜨릴 궤

‘約定俗成’(약정속성·99.12.13일자). 틀렸지만 오랜 기간 사용되면서 사실처럼 굳어져 통용되고 있는 경우로 대표적인 것에 ‘銀行’과 ‘鴻鵠之志’(원대한 포부)가 있다. 각기 ‘은항’, ‘홍혹지지’임에도 ‘은행’, ‘홍곡지지’라고 버젓이 읽고 있다.

흔히 膾炙(회자)되고 있는 孫子(손자)의 ‘知彼知己(지피지기)면 百戰百勝(백전백승)’도 그렇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百戰百勝’이라고 해석하는데 분명히 말하건데 孫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의 名將觀과(명장관)과 관계되는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에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얼핏 名將이라면 싸워서 이기는 將帥(장수), 또는 百戰百勝(백전백승)의 將帥라고 여길 수도 있다. 세상에 敗將(패장)을 名將으로 꼽을 바보가 있을까? 그러나 孫子(손자)의 관점은 다르다. 그는 자신이 쓴 孫子兵法(손자병법) 謀攻篇(모공편)에서 특유의 名將觀을 披瀝(피력)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최고의 名將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다시 말해 不戰勝(부전승)의 將帥다.

왜 그런가. 아무리 압도적인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일단 전쟁이 터지고 나면 자기측의 피해도 나기 마련이다. 나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상대방을 屈伏(굴복)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야 막강한 화력을 쏟아부어 순식간에 潰滅(궤멸)시켜 점령해 버리는 것이 최선의 작전일 것 같지만 거기에 따르는 出血(출혈)을 甘受(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총 한 방 쏘지 않고 적군을 投降(투항)시킨다든지 위협만으로 상대를 손들게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선의 전략이요 최고의 名將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百戰百勝의 장수가 名將이 아니요 싸우지 않고 적군을 屈伏(굴복)시키는(不戰而屈人之兵) 장수가 바로 최고의 名將’이라고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눈에 百戰百勝의 장수는 下將일 뿐이다.

그러면 孫子는 무엇이라고 말했는가?

‘知彼知己면 百戰不殆(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百戰을 해도 위태롭지 않다. 즉 知彼知己의 결과는 百戰百勝이 아니라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참는다고 해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不可避(불가피)한 전쟁도 없지 않다. 이럴 때 최선의 방법은 ‘決勝於千里之外’(결승어천리지외·천리밖에서 결판냄)다. 이번 이라크 전쟁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다음에는 ‘百戰’을 설명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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