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輿 論(여론)

  • 입력 2002년 11월 19일 17시 57분


輿 論(여론)

輿-수레 여 溥-두루 부 濱-끝 빈

誅-목벨 주 祚-지위 조 微-작을 미

溥天之下, 莫非王土(부천지하, 막비왕토)-하늘 아래 王土 아닌 것이 없고,

率土之濱, 莫非王臣(솔토지빈, 막비왕신)-온 누리 사람 王臣 아닌 자 없네.

詩經(시경)에 보이는 말이다. 온 천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天子(또는 왕) 한 사람이 움켜쥐고 있었던 데서 기인한다. 그만큼 無所不爲(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럼에도 帝王(제왕)은 民心 무서운 줄은 알고 있었다. 물이 배를 띄우지만 때로는 뒤집기도 하듯, 제 아무리 君臨(군림)하여 천하를 號令(호령)했던 帝王(제왕)도 일단 民心을 잃으면 獨夫(독부)로 指目(지목)되면서 誅滅(주멸)의 대상으로 轉落(전락)되어 帝位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심하면 國祚(국조)까지 끊기고 만다. 이 점을 누구보다도 잘 看破(간파)했던 이가 孟子(맹자)였다. 그에 의하면 ‘民心’은 통치자로서 가장 중시해야 할 가치의 하나였으며 天下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百姓을 얻어야 하며 百姓을 얻기 위해서는 民心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爲民政治(위민정치·百姓을 위하는 정치)였다.

‘民心’은 지금 말로 하면 輿論(여론)이다. 輿에는 ‘수레’ 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輿馬(여마)라면 임금이 타는 수레와 말이 된다. 그런데 수레에는 짐을 실을 수 있으므로 輿에는 ‘싣다’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일례로 輿地(여지)라면 마치 수레처럼 만물을 싣고 있는 ‘땅’을 말하며 그것을 그린 그림이 輿地圖(여지도)다.

또 한가지, 수레에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그래서 輿에는 ‘많다’는 뜻도 있다. 여기서 나온 말에 輿望(여망)이 있다. 수많은 사람의 바램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輿論’의 뜻이 드러날 차례다. 수레에 담을 수 있을 만큼 ‘많은 말씀’ 이다. 輿人之論(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라고나 할까.

예로부터 성인이나 훌륭한 제왕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民心을 파악하기에 노력했다. 그래서 관리를 파견하여 몰래 떠보거나 微服潛行(미복잠행·허름한 옷을 입고 몰래 다님)하여 친히 확인하기도 했다. ‘民心이 곧 天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無常(무상)하기 그지없는 것이 또한 民心이기도 하다. 위정자들이 輿論의 向背(향배)에 敏感(민감)하다 못해 喜悲(희비)를 교차시키곤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民心, 輿論이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