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11>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 입력 2007년 6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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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게 시대를 묻는 것은 건축가들이 던지는 질문과 성찰을 독해하기 위한 것이다. 개발과 건설의 공화국에서 건축이 단지 건물로 전락하여 하찮은 수단처럼 매몰된 퇴적층 속에서 건축가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국 현대건축 읽기를 통해 건축에 내재된 의미를 길어내고 있다. 그렇게 해서 이 시대 이 땅에서 생성되는 건축가들의 사유 방법과 지향하는 바를 들추어내 간절한 건축의 소통 방식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현대 건축은 건축가들끼리만 주고받는 암호도 아니고 하나의 양식으로 고착화된 형식도 아니다. 오히려 만인에게 자유롭게 열려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고 어떠한 생각이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보편적 언어다. 문제는 이 언어가 자연 언어가 아니고 물질로 구축된 공간으로 쓰인 언어이므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건축을 달리 생각할 것을 권유한다. 건축은 그저 튼튼하고 오래 가며 우리들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에만 머물지 않는다. 따라서 건축가는 성찰적으로 시대를 사유하며 미래를 예측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넓고 올바르게 바라보아야 할 의무를 지녀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19명의 건축가가 던진 건축의 화두를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하여 수록했다. 1부에서는 우선 이 시대 우리의 도시 건축을 다루면서 개별적 건축이 어떻게 집합된 도시로 구축될 수 있는지를 성찰적으로 묻는다. 저자는 어떻게 도시 속에서 공동성이 실천될 수 있으며, 이른바 다원적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그리고 배치의 도시에서 ‘흐름의 도시’로, 미학의 도시에서 ‘가치의 도시’로, 존재의 도시에서 ‘생성의 도시’로 이행할 것을 선언한다.

2부에서는 일단의 건축가들에게서 보이는 삶에 대한 본원적 가치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읽어 준다. ‘건축은 공간으로 번역된 시대의 의지’이며 동시에 우리의 ‘오래된 가치’를 실현하는 장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3부에서는 지형을 새롭게 구축하고 건축적 풍경을 추출하는 일련의 건축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삶과 풍경이 조우하는 아름다운 집을 통해서 건축은 또 얼마나 매순간 우리들의 인식에 지도를 그리고 있는지를 안내한다. 4부에서는 감각과 경험의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기억과 욕망을 표현하는지 묻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한옥을 현대적 감각으로 개조한 작업에서 오감으로 체득되는 건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하는 건축가이며, 동료뿐 아니라 제자들에게서도 배움을 얻는 이 시대의 드문 지적 건축가이다. 그가 안내하는 건축 읽기를 통해서 독자들은 각자 건축 속에서 새로운 의미의 세계를 탐험할 기쁨을 누릴 것이다.

정기용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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