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학문의 즐거움’…수학자의 창조정신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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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방승양 옮김/238쪽·6900원·김영사

시험 범위가 넓으냐 좁으냐에 따라 문제는 쉬워지기도, 어려워지기도 한다. 논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논제가 어렵다면 단편적인 지식으로도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쉽고 평범한 논제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학들은 창의력과 사고력을 갖춘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가려내기 위해 고심한다.

곧 학생들의 논술이 다양한 독서와 꾸준한 글쓰기의 산물인지 혹은 단기간의 훈련과 학습인지를 판별하려 한다. 논술의 분량을 대폭 늘리거나 사회의 여러 문화 현상에 대한 분석을 요구하는 것은 모두 이런 노력의 반영이다.

‘깊이 있는 사고와 폭넓은 안목’이라는 대학의 요구를 충족시킬 책으로 ‘학문의 즐거움’을 권한다. 이 책은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까지 받은 늦깎이 수학자의 이야기다.

15남매나 되는 벽촌 장사꾼의 일곱째 아들. 저자를 학문의 길로 이끈 것은 단발머리 소녀가 부른 “아저씨!”라는 말 한마디였다. 아무것도 아닌 사건이었지만 여전히 학생이라고만 생각해온 저자는 이후 큰 결단을 내린다. 그가 대학 3학년 때의 일이다.

이 책의 화두는 창조다. 사실 창조는 배움에서 비롯되지만 보통 사람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창조할지를 결정하기란 힘든 일이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 몸소 터득할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그가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그 속에는 기쁨과 괴로움은 물론 방황과 체념이 배어 있다.

또 역경을 반가워하고 종국엔 호황도 좋고 불황도 좋다는 소박한 마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이 담겨 있다. 남보다 두 배의 시간을 들이는 것을 신조로 하고 끈기를 재산으로 삼은, 보통 사람의 보통을 뛰어넘는 도전의 기록이 이 책이다.

저자를 창조의 세계로 이끈 것은 무엇보다 욕망이다. 흔히 우리는 자신의 성적이나 직업의 유망성을 근거로 장래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이성적 ‘필요’는 자기 내면의 ‘욕망’과 결합하지 않을 때 좌절을 겪게 된다. 왜냐하면 참을 수 없는 결핍이나 꼭 하고야 말겠다는 욕망만이 우리를 창조로 비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의 결과로 우리는 “나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하는 발견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다시 말해 창조란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개성과 재능을 깨우고 북돋우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그 값진 삶을 보다 멋지게 사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의 특권이며 그 특권을 포기하는 것은 죽은 사람에 대한 모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배움과 창조를 통해 미지의 자기와 만나는 멋진 삶,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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