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깊이듣기]옛 음악은 옛 모습대로

  • 입력 2001년 1월 7일 18시 15분


‘원전(原典)연주’가 핵발전소 콘서트와 다르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옛 음악에 어울리는 옛날의 악기와 연주법을 찾는 것이 원전연주다. 예를 들어, 바흐 시대 현악기에는 오늘날의 강철 현(絃)대신 양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을 썼다. 관악기에는 누름쇠가 없었다. 장식음이나 강약의 표현도 오늘날과는 크게 달랐다.

‘옛 음악은 옛 모습대로!’를 표방하며 세월의 더께를 닦아내는 원전연주는 2차대전 이후 유럽에서 시작돼 80년대 이후 부흥기를 맞았다. 우리에게는 방송과 음반점을 통해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비발디 ‘사계절’ 중 ‘봄’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70년대라면 ‘이 무지치’의 푸근하고 느릿한 연주가 생각날 것이다. 오늘날에는 원전연주단체의 빠르고 투명한 음색이 전파를 탄다. 음반점의 진열대를 채운것도 이들 원전연주 단체의 ‘사계절’이다.

그런데 변화의 바람은 유독 우리네 연주회장을 비껴갔다. 90년대 중반까지도 피아노의 전신인 ‘쳄발로’가 무대에 오르면 뉴스가 됐다. 2∼3년전부터 첼리스트 비스펠베이, 바이올리니스트 쿠이켄 등이 내한독주회를 열기 시작했지만 관현악단 규모 이상의 연주는 97년 가디너 지휘 몬테베르디 합창단의 바흐 ‘b단조 미사’가 유일했다.

다행히 올 2월에는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이 LG아트센터에서 내한연주를 갖는단다. 6월에는 호그우드 지휘의 ‘고음악 아카데미’도 예술의 전당 무대를 찾아온다. 유럽과 15년 이상의 체감 시차를 유지해온 우리 객석의 의식이 이제야 본바닥을 따라잡는 것인지, 반가우면서도 착잡하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 연주가는 “일본의 경우 국내 연주가들이 먼저 바람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일본에는 원전연주 실내악단만 20여개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연주가들이 원전연주 본고장인 네덜란드에 대거 유학, 상당수가 유럽에서도 대표급으로 활동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보케리니 3중주단’의 경우도 단원 넷 중 세명이 일본인이다. 너나없이 스타 솔리스트 아니면 대학교수를 꿈꾸는 우리와 달리 자기의 이상을 연주로 실현하는데서 자아실현의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바흐의 교회음악 연주로 유럽에서 바람을 일으킨 ‘바흐 콜레기움 자판’의 지휘자 스즈키 마사아키는 당당히 선언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바흐가 믿은 하나님과 같은 분이다.”

이와 대비되는 우리 음악계의 초상은 한 유학생의 말이 대변한다. “우리는 ‘연줄’이 중요하잖아요. 기존 선생님들이 원전연주를 모르니 그걸 전공해서는 대학에 자리를 잡을 수 없죠.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없으니 레슨도 못하구요.”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