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피아니스트 배리 더글러스 내한공연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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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자태와 사람을 꿰뚫어보는 눈 빛, 강한 카리스마의 피아니스트 배리 더글러스. 사진제공 마스트미디어
당당한 자태와 사람을 꿰뚫어보는 눈 빛, 강한 카리스마의 피아니스트 배리 더글러스. 사진제공 마스트미디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다. 1958년 제1회 대회에서 미국인 반 클라이번이 우승을 차지하자 세계는 깜짝 놀랐다. 냉전시대 옛 소련과 동유럽의 예술적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창설된 대회에서 미국인이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하지만 첫 대회 이후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괴력의 파워와 테크닉을 갖춘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잔치 무대가 돼버렸다.

그 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1986년. 아일랜드 출신 피아니스트 배리 더글러스(46)가 이 콩쿠르 역사상 두 번째의 비러시아계 출신 우승자로 기록됐다. 그가 2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 지난해부터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보리스 베레좁스키,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연이어 다녀간 ‘차이콥스키 우승자 시리즈’의 네 번째 무대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남성 피아니스트들이 세심한 터치와 세련된 감성, 여리거나 연약해 보이는 외모 등 여성적인 특성을 많이 갖고 있다면,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들은 절대적인 힘과 테크닉을 기본으로 한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더글러스 역시 당당한 자태와 사람을 꿰뚫어보는 눈빛, 강인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1969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벨파스트 음악학교와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수학했다. 영국인보다 아일랜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는 그는 1999년 단원 전원을 아일랜드 출신 음악인들로 구성한 ‘카메라타 아일랜드’를 창단했고 직접 음악감독 겸 지휘를 맡았다. 그는 “공부하러 해외에 가기 전에는 실내악 연주자, 독주자, 또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방법에 대해 배울 기회가 별로 없는 아일랜드의 젊은 음악가들을 보살피고 이끌어 주고 싶다”며 이 오케스트라의 창단 이유를 밝힌 바 있다.

2000년 내한했던 그는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에서도 앙코르 곡으로 자신이 피아노버전으로 편곡한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를 선사했다. 요즘은 카메라타 아일랜드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의 녹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994년과 2000년에 피아노 협연자로 방한했던 그는 이번에 첫 독주회 무대를 펼친다. 전반부에서는 브람스의 ‘두개의 랩소디’, 슈만의 ‘환상곡 C장조’ 등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의 곡을, 후반부엔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2곡,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연주자로서뿐 아니라, 2000년 자신이 창설한 ‘맨체스터 인터내셔널 피아노 페스티벌’을 통해서, 또 영국 왕립음악학교의 객원 교수로서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과 별도로 그는 22∼23일 국내 피아노 전공생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도 열 예정이다. 3만∼7만 원. 02-541-623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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