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리포트]완구… 옷… CD… 장사꾼돼 돌아온 해리포터

  • 입력 2003년 6월 19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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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5탄 발매를 앞두고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장난감 체인점 ‘토이저러스’는 매장 한쪽에 기념촬영이 가능한 해리 포터 코너를 설치해 놓았다. 아래는 해리 포터 5탄 ‘불사조 기사단’의 표지. 아마존은 발매 첫날 미국 전역에 60만부를 배달할 계획이다.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해리 포터 5탄 발매를 앞두고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장난감 체인점 ‘토이저러스’는 매장 한쪽에 기념촬영이 가능한 해리 포터 코너를 설치해 놓았다. 아래는 해리 포터 5탄 ‘불사조 기사단’의 표지. 아마존은 발매 첫날 미국 전역에 60만부를 배달할 계획이다.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미국 뉴욕 맨해튼의 심장부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장난감가게 ‘토이저러스’ 입구에선 ‘해리 포터’ 책들이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레고로 만들어진 해리 포터에게로 달려간다. 점포 왼쪽 끝의 출구 바로 앞에는 해리 포터의 메신저인 흰색 올빼미가 맞이하는 포터 코너로 꾸며져 있다. 레고, 마법의 체스, 옷 입히기 세트 등등. ‘놓치지 마시라. 자정의 책 출시 파티. 돌아온 해리 포터를 축하합시다’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3년 만에 다시 해리 포터 시즌이다.

이곳의 홍보담당자 켈리 쿨렌은 “해리 포터 5탄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900쪽·29.99달러)이 공식 시판되는 21일 0시(한국시간 21일 오후 1시)를 기념해 0시1분에 파티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어판은 3개월후 출간 예정)

해리 포터의 팬들은 캐릭터 의상을 입고 나와 해리 포터를 소재로 한 퀴즈게임 등을 벌이게 된다. CD로 녹음한 책의 성우 짐 데일이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며 책 표지 디자인을 한 메리 그랜드프레가 서명한 포스터도 선물로 주어진다. 20일밤 카운트다운 행사도 진행된다.

카운트다운은 미국의 최대 서점체인 ‘반스앤드노블’에선 이미 시작됐다. ‘해리 포터가 나오기까지 ○○일 남았다’는 표지판으로 어린이 독자들의 관심을 다잡아 두었다. 소매점들은 바야흐로 해리 포터 마케팅에 전념하고 있다. 해리 포터와 함께 모든 것을 진열대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

크고 작은 서점들은 책, DVD, 레고 등의 진열준비에 바쁘다. 전국의 월마트 점포들은 표시가격 29.99달러짜리 책을 40% 할인해 17.99달러에 판다.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해리 포터풍의 케이크와 장난감, 옷, DVD 등을 싸게 파는 ‘책 출시 기념’ 이벤트를 20일 밤에 열 계획이다. ‘젤리벨리캔디’사는 책에 나오는 버티 보트의 강낭콩 모양의 향기나는 젤리를 본뜬 젤리를 전국에 뿌려댈 예정이다. 책과 음반 등을 파는 체인점 ‘보더스’는 책, CD, DVD를 한 면씩 따로 진열해놓는 3면 전시대를 설치하고 있다.

책 동시발매에 맞춰 공식상품들도 시판된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하고 있다. 광학섬유 라이터가 달린 해리포터 망토(55.99달러), 번쩍이는 라이트가 달리고 소리도 나는 전동 요술지팡이(12.99달러), 이마의 상처 분장도구(7.49달러) 등이다.

인터넷 세계도 마찬가지다. ‘아마존닷컴’은 1월부터 책 주문을 받았다. 17일까지 권당 17.99달러에 주문을 하면 책 발매 첫날인 21일 집에서 우편으로 책을 받아보게 해준다고 안내해왔다. 책 이외에 관련 상품 480종이 함께 팔리고 있다. 또 ‘반스앤드노블닷컴’은 5박6일간 영국 여행권을 경품으로 내걸고 책 주문을 받고 있다. 책 발매 시점에 맞춰 웹에서 이벤트도 연다.

이처럼 각종 상품에 해리 포터가 등장하게 된 것은 저자 조앤 롤링이 영화화 및 상품화 권리를 워너브러더스에 넘겼기 때문. 롤링씨는 3년 전 “해리 포터가 마케팅으로 범벅이 되는 것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마케팅에 넘어가지 않는 장사가 없는지 그녀 역시 마케팅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여기저기, 패스트푸드 뚜껑에까지 해리 포터가 등장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해리 포터 5탄은 상품화권이 넘어간 뒤 처음으로 나오는 책이어서 이번처럼 요란스러운 마케팅 역시 처음이다. 코카콜라에는 등장했지만 아직 패스트푸드에는 나타나지 않은 해리 포터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만 워너브러더스측은 롤링씨의 희망사항을 감안해 그야말로 해리 포터로 범벅이 되게 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롤링씨의 책은 책의 완성도에 따라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것. 그래서 레고와 같은 장난감 회사와 계약하면서 워너브러더스는 ‘장난감을 파는 할인쿠폰은 허용하되 책과 연결시키는 쿠폰은 불허한다’는 조건을 넣었다.

책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마케팅은 영화였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독자 손에 들어간 해리 포터 시리즈 8000만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근 3년 내에 팔린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첫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나온 직후에 판매량 증가폭이 가장 컸다. 미국판 출판사인 스콜래스틱의 관계자는 “영화를 보고나서야 그런 책이 있는 줄 알게 된 사람도 꽤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5탄 ‘불사조 기사단’은 4탄 ‘해리 포터와 불의 잔’(760쪽·25.95달러)에 비해 비싸지만 초기 판매가 4탄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스콜래스틱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4탄은 초판을 380만권 찍었지만 5탄은 850만권을 찍을 계획. 반스앤드노블은 이미 수십만권의 사전주문을 받아놓고 있으며 이를 포함해 서점과 온라인을 통해 첫 일주일동안 100만권 이상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롤링씨는 요란한 마케팅 속에 독자의 손으로 들어가는 해리 포터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볼까.

2002년 해리 포터 시리즈 판매량
4탄 ‘해리 포터와 불의 잔’ 204만권
3탄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178만권
2탄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174만권
1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133만권

미국 영국 호주의 판매량 합계. 자료:닐슨 북스캔

홍권희기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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