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더 센 것이 온다… 2013 올 뉴 스타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뉴 페이스-뉴 브랜드-뉴 내셔널리티
세계패션계 올해 3대 태풍 몰아친다

러시아 디자이너 율리아나 세르젠코는 시선을 사로잡는 드라마틱한 패션으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사진 속의 그녀는 에르메스 스커트를 입었지만 평소엔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주로 입니다. 그가 디자인한 옷도 대게 19세기 러시아 귀족들이 입었을 법한 고혹적인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멀티비츠·내셔널지오그래픽
러시아 디자이너 율리아나 세르젠코는 시선을 사로잡는 드라마틱한 패션으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사진 속의 그녀는 에르메스 스커트를 입었지만 평소엔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주로 입니다. 그가 디자인한 옷도 대게 19세기 러시아 귀족들이 입었을 법한 고혹적인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멀티비츠·내셔널지오그래픽
소비자들은 때론 잔인하다. 한때 열광했던 것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등을 돌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다. 뉴 브랜드는 끊임없이 올드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밀고, 올드 브랜드는 이에 질세라 쉼 없이 변신을 꾀한다. 그래서 브랜드를 어항 속 물고기에 비유하지 않던가. 그래로 두면 썩어버리기에 늘 적당한 타이밍에 신선한 물로 갈아줘야 하는 어항 속 물고기 말이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라인으로 무장한 패션이 몰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 있는 패션 하우스들은 ‘스타 디자이너’ 영입에 나서며 불황에 지친 패션계에 신선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

경제 성장에 자신감을 얻은 신흥국 러시아 디자이너들의 승부수도 새롭다. 기세등등한 뉴 스타일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하니까.

‘생로랑 파리’로 바꾸고… 알렉산더 왕, 발렌시아가로 가고


뉴 페이스
에디 슬리만의 첫 생로랑 파리 2013 봄여름 컬렉션. 무슈 생로랑이 1960년대 혁신적으로 선보인 바지정장 ‘르 스모킹’ 룩이 메인 테마가 됐다. 생로랑 파리 제공
에디 슬리만의 첫 생로랑 파리 2013 봄여름 컬렉션. 무슈 생로랑이 1960년대 혁신적으로 선보인 바지정장 ‘르 스모킹’ 룩이 메인 테마가 됐다. 생로랑 파리 제공
웬만한 패션하우스에서는 이렇게까지 못할 것 같다. ‘루이뷔통’ 이름에서 루이가 빠진다면? ‘크리스티앙 디오르’에서 크리스티앙이 빠진다면? 어딘지 어색하고 낯설다. 브랜드 이름을 알리고 정체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세월과 비용을 생각하면 이름을 바꾸는 게 아까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이 전통의 프랑스 패션하우스 ‘이브생로랑’에서 일어났다. 올해 이브생로랑 패션 매장의 간판은 모두 ‘생로랑 파리’로 바뀐다. 이미 지난달 초 서울 갤러리아 명품관, 롯데 에비뉴엘 매장에 생로랑 간판이 달렸다.

매장 인테리어도 완벽히 바뀔 것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첫 번째 생 로랑 콘셉트 스토어가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3월 신세계 강남점에서 생 로랑의 콘셉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 이름까지 바꾼 이 모든 변화의 지휘자는 바로 스타 디자이너 에디 슬리만이다. 지난해 3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뒤 브랜드의 A부터 Z까지 새롭게 바꾸고 있다. 새로운 콘셉트 스토어도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 삼성 식으로 말하자면 ‘마누라 빼고 다 바꿔’ 수준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슬리만은 한국 백화점 매장에 특별 전시 기간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철저하게 브랜드 관리를 지휘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원래 지난달 전시회를 연다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슬리만이 ‘2월이 적당하다’고 해 기간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슬리만이 변화를 주도하기 때문에 패션계는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2000년부터 7년 동안 디오르 옴므의 황금기를 이끈 슬리만은 몸에 딱 붙는 남성 바지 스타일을 창조한 주인공이다. 샤넬의 수장 카를 라거펠트까지 다이어트에 매진하게 만든 획기적인 패션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06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2010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주인공 현빈의 바지통이다. 디오르 옴므 스타일이 한국에 유행하기 전이던 ‘… 김삼순’의 현빈 바지통은 너무 퍼져 있다.

올봄에 슬리만이 보여줄 여성 패션의 핵심은 ‘르 스모킹 룩’이다. 이른바 바지정장 패션이다. 이쯤 되면 슬리만이 생로랑 파리에서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 싶은지 감이 온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은 부잣집 규수들만 입을 수 있는 우아한 룩에 질려 1966년 기성복 라인 ‘생로랑 리브 고슈’를 만들었다. 젊고 자유롭고 당당한 현대 여성을 그리며 만든 기성복이었다. 이때 남성의 턱시도 정장을 여성 패션으로 승화한 혁신적인 ‘르 스모킹 룩’을 선보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13년의 생로랑은 젊은 현대인을 위한 기성복에 포커스를 둔 브랜드의 근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름도 원래 기성복 라인 이름으로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것이다.

폴 드네브 이브생로랑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WWD와 가진 인터뷰에서 “프랑스 패션 하우스 샤넬이나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대등한 규모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브생로랑이 속해 있는 PPR그룹의 대주주인 피노 가문과 이브생로랑 구성원 모두 그런 목표를 중심으로 단결돼 있다”며 “우리는 무슈 생로랑이 1960년대에 보여준 것과 같은 패션의 대변혁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이브생로랑의 잇백이던 ‘카바 시크’ 백(뒤)은 올해부터 ‘Y라인’(앞)으로 업그레이드됐다. Y 주변의 스티치가 사라진 점이 눈에 띈다. 네타포르테 사이트 캡처
기존 이브생로랑의 잇백이던 ‘카바 시크’ 백(뒤)은 올해부터 ‘Y라인’(앞)으로 업그레이드됐다. Y 주변의 스티치가 사라진 점이 눈에 띈다. 네타포르테 사이트 캡처
그렇다면 기존 이브생로랑의 히트 아이템이었던 ‘카바 시크’ 백과 ‘트리뷰트’ 샌들은 어떻게 될까? 우선 지난해 말에 카바 시크를 산 사람들은 다소 억울하겠지만 모양이 조금 변한다. 가방의 디자인 뼈대는 살리되 양가죽 대신에 소가죽을 쓰고 스티치를 없애 더 깔끔하게 업그레이드됐다. 또 카바 시크라는 말 대신에 ‘Y라인’으로 불리게 된다. 가격도 다소 올랐다. 트리뷰트 샌들은 그대로 팔린다. 이브생로랑 코리아 관계자는 “브랜드 이름만 바뀌었을 뿐 회사 이름은 여전히 이브생로랑이다”라며 “Y라인은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예정이며 특유의 YSL을 겹쳐 만든 ‘카산드라’ 로고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PPR그룹의 프랑스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도 올해 대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발렌시아가의 부흥을 이끌었던 천재 디자이너 니콜라 게스키에르가 떠나고 28세의 젊은 중국계 미국인 알렉산더 왕이 프랑스 패션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것이다. 알렉산더 왕의 발렌시아가는 올 가을겨울부터 만날 수 있다.

올해 한국에 직진출한 발렌시아가의 2013 봄여름 프리 컬렉션. 발렌시아가 제공
올해 한국에 직진출한 발렌시아가의 2013 봄여름 프리 컬렉션. 발렌시아가 제공
올해 발렌시아가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 특별한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한국에 직진출하면서 패션과 슈즈 라인을 더 다양하게 수입해 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모터 백’만 기억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옷과 슈즈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미 댄서에서 영감을 받은 파스텔 톤 스커트와 사각형 굽이 돋보이는 옥스퍼드 슈즈가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다. 게스키에르의 마지막 발렌시아가 컬렉션이라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이 밖에도 이브생로랑의 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스테파노 필라티는 지난달 ‘에르메네질도제냐’에 자리를 잡았고, 질샌더의 부활을 이끈 라프 시몬스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얼굴이 됐다. 스타 디자이너가 전통 패션 브랜드를 어떻게 이끌지 기대를 모으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 브랜드
골목 빵집이 대기업 계열사 빵집으로 바뀌는 것처럼 골목 패션 편집매장도 대기업 계열로 속속 바뀌는 추세다. 냉혹한 시장 논리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로서도 개인 매장에 옷을 파느니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 계열 편집 매장에 파는 게 훨씬 이득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분더샵’, 제일모직 ‘비이커’, 애경그룹이 인수한 ‘쿤’, 한섬의 ‘H컬렉션’이 대표적이다. 이들 편집매장 바이어들은 신선하고 새롭고 뜰 것 같은 브랜드를 찾아 전 세계를 누빈다. 해외 브랜드들도 든든한 이들 모기업의 유통망을 믿고 물건을 대준다. 요즘 한국 편집 매장이 세계적인 매장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매장, 패션 전쟁터 되고… 러시아 태국 디자이너 뜬다

발레리나 슈즈로 유명한 ‘레페토’가 첫선을 보이는 의류 라인, 신세계백화점 ‘분더샵’이 새로 수입하는 ‘피스 드 아나카이브’. 레페토, 분더샵 제공
발레리나 슈즈로 유명한 ‘레페토’가 첫선을 보이는 의류 라인, 신세계백화점 ‘분더샵’이 새로 수입하는 ‘피스 드 아나카이브’. 레페토, 분더샵 제공
수많은 인기 브랜드를 제일 먼저 소개해 온 분더샵은 올해 미니멀한 감성의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도 전 세계적인 불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깔끔하면서도 평범한 스타일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피스 드 아나카이브’, ‘보우크라 자라르’, ‘오츠왈드 헬게슨’, ‘롤랑 뮤레’, ‘타비사 시몬스’ 등을 매장에 들여올 예정이다.

피스 드 아나카이브는 ‘프렌치 시크’ 계보를 잇는 브랜드다. 젊은 여성 디자이너 3명이 모여 컬렉션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스러운 핏에 미니멀한 디자인과 색감을 더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요즘 보기 드물게 모든 제품이 100% 프랑스에서 생산되며 제품에 들어가는 부자재도 모두 프랑스에서 구해 만들어 확실한 품질을 보장하고 있다. 분더샵은 독특한 짜임새와 레이스로 이루어진 니트를 올봄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았다.

한섬의 가방 편집매장 H컬렉션에 올해부터 선보이는 ‘소피 휼미’의 엔벨로프 백, H컬렉션 제공
한섬의 가방 편집매장 H컬렉션에 올해부터 선보이는 ‘소피 휼미’의 엔벨로프 백, H컬렉션 제공
한섬이 운영하는 가방 편집매장 ‘H컬렉션’에는 가방 마니아들을 즐겁게 만들 만한 신상 가방이 속속 상륙하고 있다. 특히 런던패션위크의 떠오르는 디자이너 ‘소피 휼미’의 엔벨로프 백 시리즈는 수많은 인터넷 직구(직접구매)족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것 같다. 소피 휼미는 세계 전역의 편집매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디자이너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위트가 돋보이는 컬렉션이 특징이다. 엔벨로프 백은 편지봉투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에 여닫는 버클 부분에 메탈 장식으로 포인트를 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H컬렉션은 런던 기반의 ‘포릭 스위니’, 뉴욕 기반의 ‘보이’도 들여올 예정이다.

요즘 뜨고 있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마누엘라 아카리의 브랜드 ‘하시’는 스타들이 입어 알음알음으로 알려져 왔다. 올해에는 세계 최초로 서울에 단독 매장을 열 계획이다. 뉴욕 컬렉션 브랜드지만 100%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고집한다. 실용적이면서도 독특한 비대칭 형태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백화점도 올해는 ‘있는 점포 잘 관리하기’에 돌입하면서 새 브랜드를 들여오고, 인기 없는 것은 빼는 리뉴얼 작업이 한창이다. 백화점 위치에 따라 가격대는 달라도 특징은 같다. 남성과 젊은 트렌드세터를 잡겠다는 것. 갤러리아 명품관에는 ‘조세프’의 남성 라인인 ‘조세프 옴므’와 프렌치 시크풍 남성 브랜드 ‘아미’가 들어선다. 현대백화점 중동점 유플렉스에는 일본 직수입 캐주얼 브랜드 ‘더샵TK’가 생길 예정이다.

기존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들도 계속해서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다.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는 지난해 가을 겨울 시즌 서울의 스트리트 브랜드 ‘브라운브레스’와의 가방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더 클랙슨’과의 구두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클래식 슈즈, 캐주얼 윙팁(발등 부분에 W자형 무늬 슈즈), 테슬 로퍼(술 달린 로퍼), 캐주얼 유팁(발등 부분에 U자형 무늬 슈즈) 등 기존 더 클랙슨의 대표 모델 4가지 제품에 ‘커스텀멜로우’ 식 위트를 더한 슈즈 6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발레리나 슈즈로 유명한 ‘레페토’, 스타킹으로 유명한 ‘월포드’는 올봄부터 의류를 한국 시장에 들여온다. 레페토와 월포드의 옷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레페토의 옷은 발레리나가 연습하러 갈 때 챙겨 입을 것만 같은 스타일이다. 월포드는 스타킹처럼 몸에 딱 붙어 몸매를 보정해준다.

뉴 내셔널리티
파리 뉴욕 밀라노에 식상한 사람들은 여기에 주목하시라. 진짜 새로운 것을 원하는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독특한 감성의 디자이너들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유럽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패션의 메이저리그가 되고 있는 곳이다. 많은 팬들이 한국에 단독 매장이 생기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아크네’의 간결하면서도 올곧은 재킷 라인과 따뜻한 무스탕을 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스칸디나비아 가구가 떠오른다.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편집매장 ‘비이커’ 바이어들은 인기 스웨덴 브랜드 리스트에 하나를 더 추가하기로 했다. 듀오디자이너 나탈리아 알테바이와 란다 사오메가 2011년 스톡홀름 패션위크에서 첫선을 보인 브랜드 ‘알테바이사오메(ALTEWAISAOME)’가 그것이다.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리즘을 표방하지만 옷의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쿠튀르(맞춤복)를 연상케 하는 디테일이 살아 있다.

북유럽이 조용히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면 러시아 디자이너들은 등장부터 드라마틱하다. 이들은 세계 4대 패션 위크 패션쇼장 앞에서 글로벌 패셔니스타들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의 플래시 세례를 독차지하면서 유명해졌다. 가수 싸이가 뮤직비디오 하나로 국제스타가 됐듯이 이들은 자신들의 옷차림 하나로 블로거를 통해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가 러시아 패션 군단을 일컬어 ‘차리나(황후)의 귀환’이란 용어를 썼을까. 다른 언론들은 ‘러시안 패션 팩’이라고도 부른다.

이 중 가장 영리하게 자신의 옷을 홍보하는 디자이너는 비카 가진스카야다. 자기 옷과 럭셔리 패션 브랜드 제품을 잘 섞어 입어 글로벌 팬 층을 거느리고 있다. 그녀의 옷은 코쿤 실루엣에 화려한 프린트가 특징이다. 기성복보다 쿠튀르에 가까운 옷을 만드는 율리아나 세르젠코도 유명하다. 패션잡지 기자 출신의 세르젠코는 포천 부자 리스트에 오른 억만장자 남편을 두고 있어 패션업계에서 엄청난 우수고객(VIP)으로 통한다. 하지만 비싼 쿠튀르 드레스가 많아서라기보다 자기만의 드라마틱한 스타일을 고수해 조명을 받는다. 러시안 패션 팩 중 한 명이자 러시아 상원 의원의 딸, 패션 저널리스트인 미로슬라바 듀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는 70여 년 동안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오일 머니가 들어왔고, 이제 패션에 대한 취향과 흥미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취향을 공유하고 싶다면 ‘네타 포르테’, ‘에비뉴32’ 같은 온라인 고급 패션 백화점을 찾아보자. 가진스카야는 올해 네타 포르테에서 봄여름 시즌부터 제품을 판다.

30년 동안 모국인 태국을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내공을 쌓은 ‘그레이하운드’의 디자이너들. 오른쪽이 그레이하운드의 창업자이자 남성패션 디렉터인 바누 인까와트다. 국내에서는 ‘쿤 위드 어 뷰’에서 선보인다. 쿤 제공
30년 동안 모국인 태국을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내공을 쌓은 ‘그레이하운드’의 디자이너들. 오른쪽이 그레이하운드의 창업자이자 남성패션 디렉터인 바누 인까와트다. 국내에서는 ‘쿤 위드 어 뷰’에서 선보인다. 쿤 제공
아시아에도 뜨는 패션 국가가 있다. 바로 태국이다. 왕이 있고, 부자가 많은 태국도 고급 패션에 대한 욕구가 꿈틀대는 곳이다. 태국의 공주 시리완와리 나리랏이 우선 패션 디자이너이고, 방콕의 고급 쇼핑몰은 서울 청담동 뺨칠 정도로 화려하다. 서울의 인기 패션 편집매장인 ‘쿤 위드 어 뷰’는 지난해 말부터 ‘그레이하운드’와 ‘플레이하운드’, ‘드라이클린온리’와 같은 톡톡 튀는 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팔고 있다. 쿤 관계자는 “진짜 새로운 패션을 찾아내기 위해 쿤 바이어들은 태국을 많이 찾는다”며 “태국 디자이너들의 실력은 이미 유럽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