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돌아온 애꾸눈… 단순하고 멋스럽게

  • 입력 2007년 12월 2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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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꼬락서니 하고는….” 살벌한 밥상 분위기. 신문을 보던 아버지는 맞은편에 앉은 아들의 모습을 훑는다. 아버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아들의 머리.

한쪽 눈을 덮은 아들의 헤어스타일이 못마땅한 듯 아버지는 아들에게 눈을 흘긴다. 맞은편 아들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밥알을 세고 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기에 ‘나의 희망’이라 입력했다. 이를 본 아들은 활짝 웃으며 출근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헤어스타일 때문에 대립 각을 세우는 아버지와 신세대 아들. 여느 집안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이 풍경은 한 이동통신사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광고에서 아버지가 못마땅해 한 아들의 헤어스타일은 바로 ‘비대칭 컷.’ 한쪽은 짧고 다른 한쪽은 눈을 덮을 정도로 긴 앞머리가 특징이다.

아버지는 모르는 최신 유행의 세계, 마치 애꾸눈을 연상케 하는 이 ‘꼬락서니’는 이미 대세가 됐다.

▶dongA.com에 동영상》


촬영 : 박영대 기자

○“관리 많이 안 해도 쿨한 느낌”… 코미디 소재로도 인기

평소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해 온 방송인 노홍철은 최근 비대칭 컷을 하고 있다. 금색으로 염색한 후 왼쪽 부분은 눈썹 위까지 자르고 오른쪽 부분은 눈을 덮을 정도로 내린 것이다. 노홍철의 헤어스타일리스트인 김광희 씨는 “관리를 많이 하지 않고도 쿨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홍철처럼 ‘금빛 비대칭’ 스타일은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이특, 한경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2집 ‘돈돈’을 발표하면서 강한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금색 또는 노란색으로 염색한 후 앞머리를 비대칭으로 잘랐다. 영화배우 강동원을 비롯해 가수 윤도현, 디자이너 장광효 씨 등 검은색 비대칭 스타일을 연출한 스타들은 ‘신경 안 쓴 듯 쓴 듯’ 편안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비대칭 스타일을 소재로 한 개그 코너도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쑥대머리’ 코너는 비대칭 컷을 극대화한 등장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멀쩡한 주인공이 잘난 척하다가 긴 머리를 꺾으며 비굴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이 코너의 웃음 코드다. ‘쑥대머리’에 출연하는 개그맨 김경욱은 “겉은 멋지지만 속은 별 볼 일 없는 인물을 풍자하기 위해 비대칭 컷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연예인뿐이 아니다. ‘스타일리스트 류’를 비롯해 헤어스타일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비대칭 컷 연출법을 문의하는 게시글이 수백 건에 달하며 인터넷 가발 판매 사이트에서는 각각 왼쪽, 오른쪽 가르마에 맞는 가발이 판매되고 있다. 미용실 ‘헤라’의 김영인 원장은 “비대칭 스타일을 원하는 고객이 1주일에 평균 30명 이상 된다”고 말했다.

○90년대 ‘김건모 머리’ 이어받은 헤어스타일의 미니멀리즘

비대칭 컷으로 대표되는 애꾸눈 스타일의 기원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에 한쪽 머리를 완전히 넘기고 한쪽은 날카롭게 내린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는 일명 ‘김건모 머리’라며 앞머리를 볼에 붙여 내린 스타일이 유행했다. 비대칭 컷은 이러한 경향을 이어받은 것으로 ‘치장을 최소화하자’는 미니멀리즘 분위기를 담고 있다.

아우라 미용실의 임철우 원장은 “얼마 전까지 남성 헤어스타일은 ‘섀기컷’ ‘울프컷’ 등으로 화려했고 왁스나 스프레이도 많이 사용했다”며 “비대칭 스타일은 좀 더 단순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비대칭 컷을 하고 있는 모델 길경준 씨는 간편함을 꼽았다. “긴 쪽 머리가 시야를 가리거나 머리카락이 눈을 찌르는 등의 불편함이 있지만 가르마 방향으로 머리를 잘 말리기만 해도 원하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파격적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앞머리를 균일하게 잘라 젤이나 왁스로 ‘올백’을 하거나 눈썹 위까지 덮는 것이 일반적인 남성 헤어스타일이었다면 비대칭 컷은 앞머리를 똑바로 자르지 않는 것부터 기존 스타일과 다르다는 것. 이는 ‘남성의 여성화’와 무관하지 않다. ‘슈퍼주니어’의 헤어스타일리스트 강호 씨는 “스포츠 컷이나 버섯머리 스타일 등 남성적 스타일보다는 여성성이 강조된 헤어스타일이 더 멋스러운 것으로 인식된다”며 “내년에는 짧은 쪽과 긴 쪽의 색이 다른 ‘투 톤 컬러’로 화려하게 변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애꾸눈 잘하려면▼

머리 감은 후 가르마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말리면 OK

비대칭 컷의 장점 중 하나는 관리하기 편하다는 것. 헤어드라이어와 스프레이만 있어도 충분하다. 비대칭 스타일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방향이다. 머리를 감은 후 가르마 방향으로 헤어드라이어로 자연스럽게 말려 주면 된다. 긴 쪽으로 눈을 덮는 것이 스타일의 핵심이기에 손으로 짧은 머리 쪽에서 긴 머리 쪽으로 방향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스타일이 연출된 후에는 스프레이를 가볍게 뿌려 주거나 긴 머리 끝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광택이 나는 헤어 에센스를 발라 주는 것도 좋다.

단점은 앞머리의 사선(斜線)을 제대로 연출하기 위해 앞머리 커트를 자주 해야 한다. 헤어 전문가들은 “한쪽이 너무 짧으면 윗머리를 내린 것 같고 한쪽이 너무 길면 귀신 같아 보일 수 있다”며 “짧은 쪽이 옆머리 선과 맞닿아야 하고 긴 쪽은 눈을 살짝 덮는 정도가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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