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상처입기 쉬운 부부동반 모임땐…

  • 입력 2002년 1월 31일 13시 34분


Q : 올해 36세인 주부 백서영입니다. 남편 직장 때문에 한 10년 지방에 있다 보니 서울에 있는 처녀적 친구들과 자주 만나기 어렵더군요. 가끔씩 친구들과 만나도 예전같이 마음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없고, 또 친구들도 예전 같지는 않아요.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사는 것 비교하며 상처 입기 일쑤죠. 그런데 이번 주말에 친구 셋이 부부동반으로 어렵게 시간 내서 일부러 이곳으로 내려온다고 해요. 걱정부터 됩니다. 서로 상처주고 나중에 부부싸움이나 생기지 않을지…. 왜 다들 그러잖아요?

A : 그렇죠. 친구들끼리만 만나도 서로 상처 받는데 부부동반으로 만나면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죠. 정말 부부동반 모임은 암만 잘해도 ‘개 아니면 걸’입니다. 서영씨 말대로 은근히, 혹은 좀 덜 떨어진 친구가 있을 때는, 아주 노골적으로 서로 사는 걸 비교하기 때문이죠.

부부동반 모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서로 공감하며 재미있어 하는 주제를 찾는 일입니다. 그냥 사는 이야기도 서로 공감할 수 없다면 상처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서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약간 쑥스러운, 그러나 모두에게 재미있는 주제를 찾는 겁니다. 감 잡으셨죠?

신혼여행 첫날밤 이야기는 어떨까요? 여성월간지 별책부록(예를 들면 ‘이런 밤을 보내보셨나요?’류)의 ‘실천적, 비판적 읽기’가 가능한 서영씨 연배의 부부라면 그런 이야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물론 남편들과 함께 이야기하기가 좀 어색할 수 있죠. 그런데 남편들도 방한구석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고스톱을 치거나 재미없는 돈 버는 이야기하기보다는 아줌마들의 야한 수다에 끼길 은근히 원한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요즘이야 사정이 많이 다르겠지만 80년대만 해도 정말 ‘잘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고 신혼여행가는 커플은 드물었죠. 그러다 보니 내놓고 이야기하기 쑥스러운 첫날밤의 해프닝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입니다. 결혼 전, 별명이 ‘두시간 박(朴)’이라고 허풍 떨던 남편의 허우적거리던 첫날밤 모습을 누군가 먼저 용감히 폭로하면, 숨겨졌던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질 겁니다.

어느 정도 수위조절만 할 수 있다면 적당히 야한 이야기를 ‘아줌마 화법’으로 남편들과 함께 나누시길 권합니다. 겉으로는 어색하게 웃지만 속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지’ 하며 헤어지기 쉬운 부부동반모임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비법이 될 수 있습니다.

www.leisure-studies.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