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지없인 北 생존 못해… 핵실험 왜 위험한지 깨닫게 해야”

구자룡특파원 입력 2016-01-09 03:00수정 2016-01-0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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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석학에게 듣는다]<4>쑤하오 中 외교학원 교수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가 5일 베이징 시 외교학원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핵실험이 지역 안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왜 극단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북한이 깨닫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편의 동상은 외교학원 설립을 주도한 저우언라이 전 총리의 동상이다. 뒷벽에는 ‘중국 외교관 양성의 요람’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새해 벽두를 때린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소식에 가장 당황한 국가는 중국이다. 북한을 믿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선 동맹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남중국해에서의 주변국과의 갈등, 점차 동력이 약해지는 경제엔진으로 고심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됐다. 앞서 중국은 1일 남중국해 인공섬에서 항공기 이착륙 시험 운항을 하고, 제2항모 건조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위한 대대적 인 군 개혁에 나서는 등 군사 외교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의 외교 국방 및 동북아 전문가인 쑤하오(蘇浩) 외교학원 교수 겸 ‘전략 및 평화연구중심 주임’ 에게서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응을 비롯해 올해 군사 외교 정책 방향을 들었다. 인터뷰는 5일 베이징(北京) 시청(西城) 구 외교학원에서 가진 뒤 6일 북한 핵실험 이후 전화인터뷰를 해 보충했다. 》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 억지에 중국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이번 실험 감행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별것 아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으로만 보면 중국은 북한의 생존 여부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다. 북한은 중국의 지지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 이처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힘을) 가볍게 쓸 수 없고 신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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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쑤 교수의 발언에는 중국의 고민이 잘 묻어나지만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는 까닭도 드러난다. 중국이 석유 공급 중단 등의 ‘살상력 있는’ 조치를 동원하면 북한의 목줄을 죌 수 있는데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렇게 영향력이 크면 중국이 이번에야말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이다. 유엔 틀 내에서 새로운 제재 방안을 모색하고 대응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여러 루트를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다. 나아가 핵실험과 같은 행동이 지역 안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왜 신중해야 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지 북한이 깨닫도록 할 것이다.”

쑤 교수의 어투는 단호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 이외에 단호한 중국의 단독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북한이 중국의 비핵화 원칙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핵실험을 한 이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국내 정치적인 목적도 크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별 성과가 없다. 당과 국가지도자로서 보여줄 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올 5월 36년 만에 당 대회를 여는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뭔가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핵실험이야말로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는 앞으로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다. 화제를 돌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듯한 상황에 대해 속내를 물었다.

―한국 정부 당국자나 학자들과 교류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에 해주고 싶은 충고는….

“한국이 중국 미국 중 한 국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한국은 자주독립국가다.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주권국가로서 자신의 이익과 주권, 정책결정권이 있다. 중국이나 미국에 의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 따르면 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외교는 비교적 성숙했다. 최근 수년간 중한 관계가 전면적으로 발전한 것은 한국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선택한 결과다.”

인터뷰 내내 쑤 교수는 온화한 화법을 썼지만, 이 대목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은 한국이 너무 중국에 가까워졌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한국에 압력을 가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한 역할을 하라고 한다. 미국은 한 지역에서 동맹국에 미국 방식대로 갈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남중국해 문제도 한국에 자국의 이익을 버리고 미국을 추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성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국으로서도 한국이 양자 간에 선택을 해야 하는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간 협상 타결을 어떻게 보나. 역사 문제에서 한중 간에 대일 공동전선이 약해졌다고 중국 관영 언론이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의 사과를 받아낸 것은 분명 한국 외교의 성과다. 나아가 일본은 한국에만 사과할 것이 아니라 중국 동남아 등 다른 국가에도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사죄가 진정한 마음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 문제로 갈등을 겪는 일본과 한국에 미국이 영향을 미쳐 두 나라 모두에 양보를 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후 가장 큰 관심사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주변국이 벌이는 갈등이다. 중국은 1일 인공섬에서 항공기 비행 연습을 하면서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까지는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군사적 이용에 나서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암초섬(중국은 인공섬이라고 부르지 않고 암초 혹은 암초섬이라고 부른다)에는 군용과 민용 기능이 모두 있다. 주변 국가나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기능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12해리 이내로 군함을 파견하고 폭격기를 중국 영공에 진입시키는 도발을 한다면 중국도 부득불 군사 기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도발이 중국의 안전을 위협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초 인공섬 건설 장면이 위성사진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을 때만 해도 중국 정부 당국자나 학자들이 나서 “인공섬은 군사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분위기는 바뀌었다. 쑤 교수의 답변도 이제는 군사적 사용을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27일 처음으로 남중국해에 인공섬 12해리 이내로 군함을 보낸 데 이어 1월에도 보낼 수 있다고 미 해군 관계자가 밝혔다. 지난해 중국은 ‘신속히 영해에서 나가라’고 경고하는 데 그쳤는데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은 없나.


“미국 군함이 지난해처럼 ‘무해통항(無害通航·innocent passage)’한다면 중국의 반응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행동 방식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제2항모 건조를 공식 발표했다. 중국에 항모는 무엇이고, 몇 척이나 필요한가.

“중국은 1만8000km에 이르는 긴 해안선이 있고, 대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대양 해군이 필요하다. 중국에 현재 해군 역량은 너무 부족하다. 인도도 3척의 항모를 보유하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도 최소한 3척의 항모는 필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중에서 이슬람 무장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등에 무력 사용을 하지 않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는데….


“중국은 경제 지원 등 나름의 방식으로 중동 문제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의 테러 세력에 대응하는 것도 반(反)테러 전선에 있는 것이다. (중동의 테러 세력에 대한) 무력공격에 나설 경우 중국이 받을 영향이 크다. 중국은 상당 기간 무력을 사용한 반테러 전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외국에서 군사력을 사용한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안보법제 통과 이슈나 과거사 문제 등으로 중일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올해 중일 관계 현안은 무엇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전략적으로 중국을 주요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본의 일련의 행동과 외교정책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 적지 않다. 일본이 이런 태도로 일관한다면 양국 간은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 안정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올 하반기 중국과 한국 일본 간 3국 정상회의가 일본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등 양국 간 협력 기조는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라는 사자가 깨어났다는 말이 있다. 주변국은 깨어난 사자를 두려워해야 하는가.


“중국에 있어 시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전 30여 년간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국가로서 편입 융화되기 위해 노력한 시기였다면 그 이후는 국제사회를 이끄는 국가로 위상을 세운 시기다. 시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지와 해양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15년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통해 새로운 위상을 실현하는 한 해였지만 2016년은 더욱 그런 해가 될 것이다.

중국이 올해 ‘보다 크고 대담해진다(BIG AND BOLD)’는 화법은 미국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등 중국 주변국 친구들은 미국 화법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중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은 오히려 국제사회에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 쑤하오 교수는 ::

1958년 중국 윈난(雲南) 성 훙허(紅河)시 출생. 베이징사범대에서 역사학과 국제관계사로 석사를, 외교학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은 뒤 30년째 외교 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외교학원은 1955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세운 학교로 중국 ‘외교관 양성의 요람’이라 불린다. 2011년부터 ‘전략 및 평화연구중심 주임’을 맡는 등 외교안보분야 직함만 10여 개. 관영 TV와 라디오에 전문가로 출연하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미국 학자들의 북한 관련 논문에 빈번히 인용되는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중 양국의 주요 싱크탱크 전문가 모임인 ‘한중 싱크넷’의 중국 측간사를 맡아 한국 학자들과의 교류도 잦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쑤하오#북한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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