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올해의 책 선정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7시 29분


한 해 동안 ‘책의 향기’ 팀이 비중있게 다룬 책들을 중심으로 ‘올해의 책’ 10권을 선정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하는 일이지만, 책 한 권에 담긴 숱한 이들의 노력과 정성을 생각하면 책 선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럼에도 한 해를 떠나보내며 독자들의 주목에 값할 만한 책들의 지형도를 그려보고, 좋은 책에 힘을 실어주자는 생각으로 책을 뽑았습니다.

지식의 세계를 확장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 심상치 않은 깊이와 재미를 갖춘 책, 완성도를 향한 치열함이 엿보이는 책들을 골랐습니다. 다양한 독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내용은 좀 어려워도 천천히 읽다보면 녹록지 않은 기쁨을 주는 책도, 한번 잡으면 술술 읽히는 책들도 집어넣었습니다.

책 선정 과정은 인문, 사회, 자연과학, 경제경영, 예술 등으로 나눠 ‘책의 향기’ 자문위원들에게 분야별로, 그리고 전체를 통틀어 각 다섯 권씩 추천을 받아 이 중 가장 점수가 높은 책들을 선정했습니다. 전문학술서와 문학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책의 향기’ 팀과 자문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책은 ‘노마디즘’과 ‘야생초 편지’였습니다. ‘노마디즘’은 ‘천의 고원’이란 책에 대중이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낸 책으로 빛을 발합니다. 독자와 가타리, 들뢰즈와의 ‘어려운 만남’을 ‘행복한 만남’으로 중재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제도, 인간과 세상 사이의 새로운 만남이 가능하게 해준 책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야생초 편지’는 감옥에서 청춘을 보냈던 한 양심수가 소박하고 겸손한 풀들을 ‘옥중동지’ 삼아 쓴 생명과 삶에 대한 사색과 성찰의 기록입니다.

분야와 주제별로 책을 안배하다보니 아쉽게 탈락한 책들도 있습니다. ‘깊이와 넓이 4만 16장’(휴머니스트)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문예출판사) ‘근원전집’(열화당) ‘핀치의 부리’(이끌리오) ‘가우디’(현암사) ‘이슬람문명’(창작과 비평사)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건축의 역사’(시공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세상사람들의 책) 등의 이름은 그래서 기억하고 싶습니다.

한 권의 책, 그 책 속의 어느 한 구절이 사람을 영원히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책의 향기’ 팀은 바로 그런 책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땀 흘리고 고뇌하는 출판 현장의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경의를 보내며 새해에는 더 많은 양서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 기대합니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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