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미국은 극소수자의 낙원… 양극화 해소 나서야”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미래를 말하다/폴 크루그먼 지음·예상한 외 옮김/360쪽·1만8000원·현대경제연구원BOOKS

미국 경제학사에서 대공황은 경제 정책의 기조가 시장주의에서 국가개입주의로 바뀐 기점이 됐다. 객관적인 시장의 힘을 중시했던 전통적인 경제 정책은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고 실업보험 혜택을 강화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으로 바뀌었다.

기 소르망 등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게 이 정책은 시장의 자생적 흐름을 망친 섣부른 개입이란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경제학자인 저자는 ‘그 시절이야말로 미국 정치와 경제 사상을 찾아보기 힘든 잃어버린 낙원’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이 책에서 현재 미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생산성 향상이 재분배로 환원되지 못하고 ‘상상 외의 극소수’만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 중심의 사회였던 ‘옛 낙원’을 되찾기 위해 저자는 미국 사회의 정치·경제적 변화들을 역사적으로 살핀다.

저자는 1960년대 히피문화, 반전주의 운동 등에 맞서 일어난 보수주의가 1980년대 본격화되며 정치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분석한다. 보수주의 정치인들은 지나치게 개방적인 문화나 성에 대한 불안, 인종차별주의 등에 호소해 정권을 잡았고 소수의 엘리트층을 위한 경제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에 대한 질책도 이어진다. 저자는 부시가 9·11 테러와 이라크전 등을 이용해 국가 안보나 애국심에 호소해 정권을 재창출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변화의 시기란 또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제는 불평등, 경제적 불안에 대한 염려는 커지고 인종차별주의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미국 정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온 사람들에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미래의 해법이란 국민의료보험제도, 소득 양극화 해소 등으로 대변되는 ‘뉴딜 정책’의 완성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변화할지 이 책과 함께 예측해볼 수 있을 듯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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