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경기 포천 '작은 버팀목'

  • 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27분


중학교 때 읽었던 이양하 선생의 ‘신록예찬’이 떠오른다. 삼림 속에서 들이마시는 ‘담백한 나무 냄새’, 쏟아지는 햇살에 두 눈은 아스라이 감기고, 가히 취할 지경이다.

경기 포천군 소흘읍 이곡리에 위치한 ‘작은 버팀목(031-544-0421∼2)’. 광릉수목원에서 3km 정도 떨어진 이 곳은 마당 앞 산책로로 뻗어있는 오솔길에 나무와 꽃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어 ‘작은 수목원’을 연상시킨다. 큰 나무에는 잔잔한 팝송이 흘러 나오는 스피커가 하나씩 달려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이다.

옆에는 가느다란 폭포같은 물줄기가 떨어지는 연못이 있고, 20∼30명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모닥불가에서 바비큐를 즐기며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를 공간도 마련돼 있다. 낭만을 아는 사람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

음식은 뭘 먹나. ‘칡냉면(6000원)’이 예술이다. 고기육수를 사용하지 않고 마늘 양파 무 해초류 식초 청경채 등을 넣고 5시간동안 푹 고아낸 이 집 특유의 ‘건강 야채육수’ 덕분. 달짝지근하면서도 시큰한 맛에 쉴 새 없이 입이 간다. 따로 음료수로 먹어도 좋을 듯한 희한한 육수다.

미국산 빵으로 고소한 맛을 잘 살린 피자류는 알콜 8.5도짜리 벨기에산 ‘듀벨 맥주’ 한 잔과 궁합이 맞는다. ‘종합 레스토랑’ 형식이라 바다가재 안심 햄버거스테이크 등 양식 코스요리부터 낙지덮밥 우족탕 등 한식까지 있다. 5000∼3만원대. 양식은 ‘한국식’으로 간을 맞춘 느낌이라 미식가들 눈높이엔 못미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느끼하거나 싱겁지는 않다. 더덕쉐이크 산수유차 등은 별미 후식이다.

예약손님에 한해 몇십명이 먹을 수 있는 통돼지 바비큐는 한 마리에 50만원, 닭 바비큐는 마리당 2만5000원이다. 동부간선도로를 이용해 의정부쪽으로 빠지는 것이 가장 편하고 쉬운 길. 수목원에서부터는 커브가 심하므로 운전 조심.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영업한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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