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남자VS남자' 저자 정혜신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42분


97년 경제위기 이후 남성들이 조금씩 심리학적 연구대상이 되고는 있지만 남성 심리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하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사진)는 ‘남자 VS 남자’(개마고원)라는 책 속에 남성 유명 인사 21명의 심리를 파헤치면서 이 시대 한국 남성들의 심리구조를 분석했다.

정 박사가 남자들의 심리에 주목하게 된 것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아버지는 한 평생을 성실하고 열심히 사신 분이에요. 그러나 제가 정신과 의사가 되고 나서 돌아본 아버지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지갑 속에서 우연히 복권 세 장을 발견했지요. 이 복권을 보고 한국 남성들에 대한 연민이 밀려왔어요.”

정 박사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을 짝 지워 그 둘 사이에 공통되는, 혹은 상반되는 심리구조를 이끌어 냈다.

그 대상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씨. 정 박사는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았을 법한 이 두 사람을 ‘나르시시즘’이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정 박사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김일성이 자신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심적부담을 느껴 사망했다고 말할 만큼 자기중심주의로 점철되어 있다”면서 “부친의 지나친 과잉보호가 유아기때 넘겼어야할 나르시시즘 시기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김어준씨 역시 나르시시즘의 소유자이지만 그의 자아도취는 김 전대통령의 그것과는 다르다. ‘방목’에 가까울 정도로 자식들을 자유롭게 길렀던 김어준씨의 아버지는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자기중심주의를 가르쳐준 것이다. 이는 다시 타인의 ‘내멋대로’를 인정할 수 있는 포용력과 연결된다.

정 박사가 연구를 계속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다.

“이 총재는 양극단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요. 논리적이지만 정서적으로는 매우 격한 성격이죠. 자신을 법과 정의의 동격체로 인식하는 듯한 그가 때때로 과격한 언사를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정 박사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한 인물당 30여권의 책을 사서 탐독했다. 상담 치료 시간을 제외하곤 꼬박 이 일에만 매달렸던 것. 그는 남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남성들에 대한 심리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제까지 전무했거든요. 남자들 자신도 더 이상 ‘남자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가부장적인 의미의 ‘남자다움’은 더 이상 대우받지 못하는 세상이잖아요.”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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