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 출연 신구-이상직

  • 입력 2003년 9월 1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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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각각 성종과 연산군 역으로 출연하는 신구(왼쪽)와 이상직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작품은 오랜 만에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정통 연극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영대기자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각각 성종과 연산군 역으로 출연하는 신구(왼쪽)와 이상직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작품은 오랜 만에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정통 연극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영대기자
《최근 뮤지컬이나 해외초청 공연 일색이던 대극장 무대에 모처럼 선 굵은 연극 한 편이 선보인다. 1521석 규모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1일 국립극단의 ‘문제적 인간, 연산(이윤택 작·연출)’의 막이 오른다.이번 공연에서는 2001년 ‘브리타니쿠스’로 백상 예술대상 연기상을 수상했던 이상직(37)이 연산 역을 맡았고, 국립극단 출신의 중견 탤런트인 신구(67)가 객원 출연해 성종을 연기한다. 최근 이들은 국립극장에서 막바지 연습에 땀을 쏟고 있었다. 이들이 나눈 대화를 통해 ‘문제적 인간, 연산’을 미리 만나봤다.》

○ 다시 만나기 어려운 캐스팅

▽이상직=얼마만의 연극 출연이신가요?

▽신구=벌써 2년이 넘었지. 자주 하고 싶은데 TV다 뭐다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연극은 충분한 연습을 할 시간이 없으면 안돼.

▽이=95년 초연은 보셨나요?

▽신=못 봤어. 이번 작품이 그 때와 다른 점이 많이 있던가.

▽이=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배우들이죠. 당시에는 젊은 배우들이 대신들 역으로 출연했는데, 지금은 장민호 오영수 선생님 등 연륜 있는 연기자들이 맡잖아요. 훨씬 사실적이고 무게가 있어요. 노(老) 대신들이 논리적으로 연산을 설득하는 대목이 잘 살아나죠.

연습장에서 만난 연출가 이윤택은 “한국 연극계의 정상급 원로 배우들이 젊은 연산을 뒷받침하는 이런 캐스팅은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의 출연자들도 국립극단의 정기 공연 200회 기념공연인 만큼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 열정과 냉정의 차이

▽신=국립극단이니까 가능한 캐스팅이지. 그래서 연극이 좀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 같아.

▽이=연출가가 초연 당시 뜨겁고 열정적인 연극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연극으로 유도하는 것 같아요. ‘중심인물이 절대 뜨거워지면 안 된다’는 게 연출자 요구사항이었거든요. 깊은 호흡으로 차분히 눌러서…. 폭군이 아닌 지적인 연산을 표현하라는 거죠.

▽신=초연 때는 유인촌씨가 연산 역을 워낙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부담은 없나?

▽이=유 선배와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해서 비교된다는 생각은 안 해요. 다만 좋은 연극에서 좋은 역할을 만났다는 것이 기분 좋고 영광스럽죠.

연산군 시절의 갑자사화부터 중종반정까지를 다룬 이 작품은 95년 초연 당시에도 인기를 모았다. 8년 만에 다시 이 연극을 연출하는 이윤택은 “초연 때보다 6배나 큰 무대로 연극 자체의 스케일이 커졌다”면서 “연극다운 연극이 무엇인지 보여 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립극단 박상규 단장은 “제작비는 10억 원 정도”라고 말했지만 이는 배우의 출연료를 뺀 것. 이윤택은 “국립극단이 아니라면 돈이 무서워서라도 이 정도 규모의 연극은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연산은 이성적인 개혁가

▽이=연산군은 인륜을 저버린 폭군으로만 알려져 있잖아요. 하지만 이 연극에서 연산은 지식인이자, 좌절하는 개혁가로 그려져요.

▽신=성종은 죽은 망령으로 나오지. 여러 장면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윤씨를 폐비로 만들어 연산이 훗날 피바람을 일으키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물이지. 연산 역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이=이 연극은 역사 속의 연산을 표현하기 보다는 내 안에 숨어 있는 연산의 면모를 찾아내는 작업인 것 같아 큰 어려움은 없어요. 순한 역할보다는 개성 있는 역할이 더 매력적이에요.

▽신=배우라면 당연하지.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오히려 힘들어. 더구나 이번 연산은 이지적이고 냉철한 인물이니까 이상직씨 얼굴과도 잘 맞을 것 같은데. (웃음)

▽이=무엇보다 희곡이 좋아 기대가 커요. 재미있을 겁니다.

이번 공연은 초연에 비해 음악을 보강해 극의 맛을 더했다. 이윤택은 “연산이 독선에 빠진 뒤부터 폭군이 됐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다”며 “그런 점에서 지금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2274-3507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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