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미스 사이공’ 김아선 vs ‘지킬 앤 하이드’ 김우형

  • 입력 2006년 5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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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무대에 오르는 ‘미스 사이공’과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으로 각각 캐스팅돼 ‘흥행 대결’을 벌이게 된 김아선-우형 남매. “무명시절 둘이 같이 인터뷰할 날을 상상하곤 했는데 상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강병기 기자
같은 시기 무대에 오르는 ‘미스 사이공’과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으로 각각 캐스팅돼 ‘흥행 대결’을 벌이게 된 김아선-우형 남매. “무명시절 둘이 같이 인터뷰할 날을 상상하곤 했는데 상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강병기 기자
《대작 뮤지컬의 흥행 경쟁이 치열한 올여름, 남매가 나란히 뮤지컬 주인공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 역을 맡은 누나 김아선(28)과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 지킬과 하이드의 1인 2역을 맡게 된 동생 김우형(25) 남매. ‘미스 사이공’(6월 28일∼8월 20일·성남아트센터)과 ‘지킬 앤 하이드’(6월 24일∼8월 15일·국립극장)는 공연 시기가 거의 겹쳐 남매는 ‘제대로’ 흥행 경쟁을 벌이게 됐다.》

○ 동생, 지킬(하이드)이 되다

동생의 꿈은 지킬(하이드)이었다. ‘지킬…’ 초연 때 지킬의 약혼녀 역을 맡았던 누나를 보러 갔다가 작품에 푹 빠졌다. 지난해 대학(서울예대 연극과) 졸업 후 누나의 권유로 ‘지킬…’ 오디션을 봤다. 포주 ‘스파이크’ 역과 함께 지킬(하이드)의 ‘커버’(주연 배우가 무대에 못 설 경우에 대비한 대역)를 따내자마자 ‘목 관리’를 위해 중학교 때부터 7년 동안 부모님 몰래 피워 온 담배도 단칼에 끊었다. “알고 보면 제 삶 자체가 ‘지킬 앤 하이드’였죠.”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은 무명의 ‘커버’에 불과한 그에게 두 번이나 ‘오케스트라 런’(실제 공연처럼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하는 총연습)을 시켰을 만큼 그를 눈여겨봤다. 결국 그는 올여름 이미 이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조지킬’(조승우) ‘류지킬’(류정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트리플 캐스팅’됐다. 동생의 꿈은 그렇게 먼저 이루어졌다.

○ 누나, 미스 사이공이 되다

누나의 꿈은 킴이었다.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앙상블로 출발해 ‘유린타운’ 등에서 여주인공도 맡았지만 여전히 신인에 불과했다. 그래도 그녀는 언젠간 한국에서 초연될 ‘미스 사이공’을 꿈꿨다. “솔직히 여배우는 외모에 신경 쓰잖아요. 그래서 코 성형수술을 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언제가 될지 몰라도 베트남 여인 ‘킴’을 맡으려면 지금처럼 좀 수수한(?) 모습이어야 할 것 같아 버티고 있었을 만큼 ‘킴’을 꼭 하고 싶었어요.”

결국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5개월에 걸쳐 치러진 500 대 1의 오디션 경쟁을 뚫고 그녀는 국내 초연되는 최대 화제작 ‘미스 사이공’의 ‘킴’ 역에 신데렐라처럼 캐스팅됐다. 성악을 전공한 맑고 풍부한 목소리와 함께 “순수하고 가녀린 외모가 딱”이라는 평을 들었다. 누나의 꿈도, 이루어졌다.

○ 남매, ‘맞장’ 뜨다

이제 남매는 각자의 ‘꿈의 무대’에서 흥행 대결을 펼친다. 아들이 지킬이 됐을 때 한 번, 딸이 킴이 됐을 때 한 번, 두 번이나 이웃에 떡을 돌리며 기뻐했던 부모도 요즘은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자식을 둔 부모가 해가 나도 걱정, 비가 와도 걱정인 심정으로” 맞대결을 벌이게 된 남매를 지켜본다.

“내 동생이지만 정말 기대되는 배우예요. 185cm의 좋은 체격 조건과 외모, 그리고 노래 실력을 고루 갖춘 주연급 남자 배우가 많지 않잖아요. 군대도 일찍 다녀와 나이에 비해 연기 깊이도 있고요.”

“누나는 정말 순수하고 표현력이 뛰어나요. 요즘 ‘미스 사이공’ 연습하는 걸 보면 확실히 한 수 위 선배임을 느껴요.”

덕담을 주고받는 남매에게, 올여름 딱 한 편의 뮤지컬만 볼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을 봐야 할지 물었다. 남매는 웃으면서 한 치 양보 없는 답을 날렸다.

“아무래도 초연 되는 화제작(‘미스 사이공’)을 봐야죠.”(누나)

“역시 검증된 흥행작(‘지킬 앤 하이드’)이 낫죠.” (동생)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피는 못속여 끼는 못말려… 뮤지컬계 누비는 남매들

뮤지컬 계를 누비는 ‘남매’로는 또 누가 있을까?

우선, 조승우(26)와 누나 조서연(29)이 꼽힌다. 1970년대 인기 가수였던 아버지 조경수의 가창력을 이어받은 남매는 모두 빼어난 노래 실력을 자랑한다. 뮤지컬과 영화에 반반씩 출연하고 있는 동생과 달리 누나는 뮤지컬이 주 무대. 뮤지컬계 톱스타인 동생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진 못하지만 조서연은 ‘하드록카페’ ‘지하철1호선’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여주인공으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성악을 전공한 서태화(39)는 영화 ‘친구’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무대 위에서만큼은 동생 서지영(38)이 더 스타다. 서지영은 ‘풋루스’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주연급 스타. 서태화-지영 남매는 뮤지컬 ‘넌센스 잼보리’에 남매 역으로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추상록(36)과 추상미(33)는 전설적인 연극배우인 아버지 고 추송웅의 뒤를 이어 무대 인생을 걷고 있는 남매. 추상록은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영화와 TV 쪽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추상미는 뮤지컬 ‘빠담빠담빠담’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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