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서울예술단 ‘크리스마스 캐롤’ 소년원생 대상 오디션

  • 입력 2005년 10월 8일 03시 02분


코멘트
7일 열린 오디션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춰 선발된 남학생. 이날 최종 선발된 5명의 소년원생들은 12월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 이날 오디션에 참가한 학생들과 부모는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공개돼도 좋다”고 허락했다.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7일 열린 오디션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춰 선발된 남학생. 이날 최종 선발된 5명의 소년원생들은 12월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 이날 오디션에 참가한 학생들과 부모는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공개돼도 좋다”고 허락했다.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7일 오후. 경기 안산시에서는 ‘조금 특별한’ 오디션이 열렸다.

서울예술단이 올 크리스마스에 서울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에 출연할 청소년 배우를 뽑기 위해 소년원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한 것. 자유롭게 바깥출입을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심사위원들이 직접 소년원을 찾았다.

○‘학생’들, 오디션 보다

분홍빛 소년원 건물에는 ‘안산예술종합학교’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2000년부터 전국의 소년원 명칭이 ‘학교’로 바뀌었다”고 누군가 귀띔했다. 창문마다 창살이 있는 점을 빼고는 일반 중고교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학교’에 수용돼 있는 학생들은 100여 명. 대부분 절도, 폭력, 강도 등으로 6∼24개월의 보호처분을 받은 12∼20세의 청소년들이다. 소년원 중 유일한 예술계통의 학교이자 ‘남녀공학’인 이 학교 학생들은 전국 소년원에서 예술에 소질 있는 아이들이 지원해 선발됐다.

최종적으로 5명이 선발된 이날 오디션에는 여학생 2명, 남학생 17명 등 총 19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지정곡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자유곡은 노래방 기기에 맞춰 불렀다. 오디션을 본 학생들에게 “뮤지컬이나 연극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TV에서 봤다”고 답했다.

이 학교의 이동환 교장은 “이곳 아이들은 가정이 불우해 피아노나 미술 학원에 다녀 본 학생이 거의 없다”며 “만약 어릴 때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누구 못지않게 잘할 만큼 소질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희망이 담긴 따뜻한 오디션

3시간 걸린 오디션 내내 분위기가 따뜻했다. 조금이라도 노래를 못한다 싶으면 “됐습니다” 하고 가차 없이 도중에 노래를 끊는 일반 오디션과 달리 심사위원 모두가 단 한 명도 중간에 끊는 법 없이 끝까지 들어 주고 음정이 불안정한 학생은 같이 따라 불러 주기도 했다. 음치인 학생에게는 다른 기회를 주려는 듯 “혹시 춤을 잘 추면 한번 춰 볼래요?” 하고 예정에 없던 주문을 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에게서 노래, 연기 모두 ‘프로급’이라는 호평과 함께 최종 선발된 문형석(17) 군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연극이라는 것을 알게 돼 너무 좋다”며 “나쁜 짓을 해서 여기에 와 있지만 2007년 이곳에서 나가면 꼭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병훈 씨는 “소년원생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재능 있는 학생도 발굴하고 싶어 이번 오디션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디션이 끝난 뒤에도 지정곡이었던 ‘기쁨 넘치네’의 노랫말이 한동안 귓가를 맴돌았다. 착한 사람이 된 스크루지가 부르는 이 곡은 이날만큼은 이 학교 아이들의 고백처럼 들렸다.

“모든 세상이 달라 보여/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난 이제 모든 것을 알았어/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다가오는 것 같아/새로운 내 인생/난 이제부터 시작할 거야….”안산=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