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사우스웨스트 방식'…기업도 사람냄새 나야 성공

◇사우스웨스트 방식/조디 호퍼 기텔 지음 황숙경 옮김/471쪽 2만3000원 물푸레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다. 흔히 우리에게 익숙한 아메리칸 항공, 유나이티드 항공과 달리 국내선만 운영하는 작은 업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업계나 학계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실적부터 살펴보자. 1978년 미국 항공업계가 탈규제된 이후 항공업처럼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산업도 없었다. 1991년 걸프전, 2001년 9·11테러, 2003년 이라크전쟁 등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항공업체가 도산하거나 부실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유독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1973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이익을 창출하는 유일한 항공사이다. 덕분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해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리스트에 등재되었고 현재 미국 항공업체 중 시장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이 되었다. 이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국내 승객 마일리지를 기준으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항공사이고 1일 승객 수로 보면 미국에서 가장 큰 항공사가 되었다.

특히 우리가 가장 주목할 대목은 이 책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핵심 성공 요인을 흔히 생각하는 기술이나 전략, 브랜드 등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고능률의 인간관계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을 언급할 때는 항상 리더십, 기업문화, 노사관계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항공전문가인 저자는 고능률의 인간 관계를 구축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 요인을 10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재 선발과 육성에 대한 높은 관심, 일선 근로자들에 대한 권한 위임, 노조와의 동반자적 관계, 그리고 이 모든 성공 요인을 뒷받침하는 상호 신뢰와 배려의 기업문화 등이 눈에 띈다.

흔히 항공업체를 고도의 하이테크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항공 기업을 운영하는 많은 구성원들의 역할과 관계 조율에 관심을 두었다. 예컨대 항공사업은 조종사, 승무원, 게이트 요원, 발권 담당직원, 수화물 담당직원, 객실 청소원, 연료공급 직원, 정비사 등 많은 구성원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이 유기적인 상호 협력을 이루어내면 항공사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차별화된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기본 방침이다. 이러한 고능률의 인간관계 덕분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게이트에서의 항공기 이착륙 준비 시간이 가장 짧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 지연 횟수, 고객들의 불만, 수화물 관리 부실 등이 가장 적은 최고의 서비스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강성 노조로 유명한 미국 항공업계에서 가장 많은 노조원을 보유했으면서도 가장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보면 역시 인간을 중시하는 기업철학과 종업원을 중시하는 운영 방침들이 동반자적 노사관계 구축에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이동현dhlee67@popsmail.com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