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말한다]최재진/「사회생물학 논쟁」

  • 입력 1999년 4월 9일 19시 54분


★「사회생물학 논쟁」

75년 미국 하버드대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사회생물학’을 출간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사회생물학 논쟁은 근대 학문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격렬했다. 그 격동기의 일부를 바로 윌슨교수의 곁에서 보낸 필자에게는 학문적인 논쟁을 넘어 개인적인 감정의 수준으로 치닫던 같은 과 동료 교수들간의 갈등이 아직도 앙금으로 남아 있다.

올해 국내에서 출간된 ‘사회생물학 논쟁’(프란츠 부케티츠 지음·사이언스북스)은 사회생물학에 관한 다른 논평들이 주로 사회생물학이 우리 사회 또는 다른 학문에 끼친 영향을 다룬데 비해 학문 그 자체의 성과를 논한 저술이다.

책 머리에서 밝혔듯 저자는 이데올로기로 물든 ‘사회생물학주의’나 ‘통속 사회생물학’이 아닌 과학적 사회생물학의 본질을 탐구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실상 사회생물학 논쟁의 골자인 ‘유전이냐 환경이냐’를 묻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생명체가 탄생하는 과정에 환경의 영향이 중요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한 생명체가 다음 세대 생명체의 몸에 남기는 것은 오로지 유전자 뿐이고 보면 유전자의 중요함은 너무나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호랑이도 죽어서 유전자를 남기고 사람도 죽어서 유전자를 남긴다.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온 것은 다름아닌 ‘불멸의 나선’ 유전자요, 우리는 그 유전자가 더 많은 복사체를 얻기 위해 잠시 만들어낸 매체, 즉 ‘생존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자 문화 그리고 도덕’(번역본 원제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꼭한번읽어볼 것을 권한다.

최재진<서울대·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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