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추천 새책]'암자에는 물 흐르고…'

  • 입력 2000년 7월 19일 16시 06분


▼'암자에는 물 흐르고 꽃이 피네' 정찬주 지음/민음사 펴냄/312쪽 1만2000원▼

성철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을 발표한 작가 정찬주. 그는 '암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이끌며 7년여동안 전국의 암자를 찾아 다녔다. 그가 유독 '암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수승처럼 이 산 저 산의 청정공간을 떠돌아다니며 홀로 결제와 해제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깨달음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생각때문이란다.

그동안 '암자로 가는 길'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등의 암자 기행문을 펴냈다. 이번에 펴낸 이 책은 맥락은 같으면서도 그 뜻이 더욱 깊다. 전국에 암자가 3천여개 있다고 한다. 꼴을 제법 갖춘 곳은 300여곳. 오지의 암자를 찾으며 미뤄두었던 유서깊은 암자 30곳을 중심으로 한 암자 기행의 완결편이다.

삼천배가 화두로 살아있는 가야산 백련암, 손가락 열두 마디를 기름불로 태운 일타스님의 그림자가 서려있는 태백산 도솔암, 노선객 서옹스님이 말갛게 웃고 있는 백암산 운문암, 천불동이 한눈에 드는 설악산 금강굴, 약초 향내 가득한 속리산 상고암, 핏빛 일몰이 낙화하는 두륜산 진불암…….

작가는 드디어 화순 운주사 근처 작은 터에 암자를 직접 지어 안에 들 생각이라고 한다. 부디 소원 이루시길.

책 갈피마다 작가가 직접 찍은 68컷의 암자사진과 '가는 길'이 덧붙여있다. 그러나 '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해준게 못내 찜찜하다. 교양없는(?) 속세의 인간들이 심산계곡, 그 청정공간을 어지럽히지나 않을까.

최영록<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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