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비행선에서 본 우리문화재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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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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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바라본 한국의 숨결-전라의 숨결 Ⅰ·Ⅱ·Ⅲ/김치연 글·사진/
각 443쪽·각 4만5000원·다래나무

전북 무주군 무주구천동 파회와 수심대 일원. 명승 제56호. 구천동의 11경과 12경이다. 다래나무 제공
전북 무주군 무주구천동 파회와 수심대 일원. 명승 제56호. 구천동의 11경과 12경이다. 다래나무 제공
우리 문화재를 지상에서 촬영한 사진만으로는 그 ‘전모’를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하늘에서 한눈에 담고 싶었다. 문화재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이 주변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도 살펴보려 했다. 그래서 무인(無人) 비행선에 착안했다.

상명대 산학협력단 교수인 저자는 2008년부터 카메라를 설치한 길이 7m의 비행선을 하늘에 띄웠다. 지상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촬영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경비행기를 직접 몰려 했으나 친한 친구가 경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생각을 바꿨다. 8.5m 길이의 4.5t 트럭에 비행선을 싣고 직접 운전하면서 전국을 누빈다. 3일 만난 저자는 “우리 문화재를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었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깝게 느끼고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4년 가깝게 하늘에서 찍은 지정문화재 사진이 약 4만5000장. 지상에서도 3만5000여 장을 촬영했다. 이 가운데 호남지방 문화유산을 묶어 ‘전라의 숨결’ 세 권을 첫 결과물로 펴냈다. 옛 문헌과 학술논문을 바탕으로 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함께 실었다.

전주 경기전과 전동성당부터 완도 보길도 윤선도 원림(園林), 고려청자의 산실인 강진 도요지, 순천 낙안읍성 등 문화재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항공사진과 지상에서 찍은 평면사진을 함께 배치해 위치와 구조, 건물 모양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어떤 기관의 지원도 없이 학교 동료들과 함께 꿋꿋이 촬영하면서 어려움도 겪었다. 군산에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를 찍다가 세찬 기류에 비행선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비행선에 헬륨 가스를 채우려면 한 번에 40만 원 정도가 드는데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찮다. 거센 바람에 비행선이 추락한 것도 20여 차례다.

저자와 함께 작업해온 유창민 박사(상명대 산업과학연구소 전통조경연구실)는 “촬영을 저지당하거나 날씨가 나빠 여러 차례 비행선을 띄우는 등 걸림돌이 많았지만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숨결 시리즈의 완성은 2013년. 모두 15권이며 이 가운데 2권은 내용을 요약한 영문판으로 펴낼 계획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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