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양창순/아내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한 아내의 하소연.

“저는 남편이 줄을 잡고 있는 꼭두각시예요. 옷차림이며 머리 모양은 말할 것도 없고 내 감정이나 사고조차 간섭하고 조종하려고 드는 사람과 사는 기분이 어떤지 아세요? 정말 끔찍합니다.”

남편들 중에도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의 기대와 필요를 정해놓고 남편이 그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아내 때문에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듣는 주례사 중에 남자와 여자는 각각 반쪽의 원이므로 서로가 합쳐야 된다는 것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결혼하는 그 순간부터 나머지 반쪽을 나의 한쪽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실제로 결혼생활에서 그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기대인지 모른 채. 그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 깨달을 때면 부부 사이에는 이미 넘기 어려운 간극이 생겨나 있는 경우가 많다.

부부란 결코 반쪽의 원이 만나 하나의 원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서로가 구심점을 갖는 두 원이 만나는 관계이다. 즉 부부로서 합일되는 과정과 한 인격을 가진 개체로서 독립되는 부분이 제대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이 합일과 분리의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진 커플은 현실 생활에서 상대방이 채워줄 수 없는 기대와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서로를 비난하고 원망을 품는 일도 그만큼 비켜갈 수 있는 것이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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