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난 이제부터 아무도 때리지 않을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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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겨 패줄 거야!/페르닐라 스탈펠트 글 그림/이미옥 옮김/36쪽·9500원·시금치

시금치 제공
시금치 제공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도 신문을 펼치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전쟁에서든 공격하는 쪽은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공격당하는 쪽의 피해는 그 정당성을 뛰어넘을 만큼 끔찍합니다. 전쟁이 보여주는 인간의 폭력성, 인간이 가진 본성 중 하나일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폭력을 행하거나 당하는 것일까요?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한 구체적이고 단순한 답입니다. 첫 장을 열면 ‘탕탕탕, 짝짝, 으악, 퍽, 꽈당, 죽을래?’ 등의 낱말들이 박혀 있습니다. 폭력의 소리들이지요. 이 소리만으로 우리는 전쟁과 싸움과 협박과 모욕, 부상, 죽음 등을 읽어 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단호하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세상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어요. 바로 폭력이지요’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폭력의 종류, 폭력의 역사, 이유, 사람들의 반응, 폭력으로 잃게 되는 것 등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설명합니다. 컴퓨터 게임 화면 속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열두 살의 폭력이 섬뜩합니다. 누구도 죽지 않았지만 ‘죽이자’로 가득 찬 아이의 머릿속. 이런 폭력엔 우리는 너무 관대했습니다. 그림이 간결하고 직접적이어서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마지막 장, 작가는 다시 독자에게 답이 정해진 질문을 합니다. ‘폭력, 필요한 것일까요?’ 바로 이어지는 답, ‘아니요, 협상이 더 낫습니다.’ 이 답은 너무 멀어 보입니다. 협상을 하다가 안 되니 싸우는 것 아닌가요? 말은 또 다른 폭력의 빌미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도 고민이었던 모양입니다.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해답을 맨 마지막 그림 속에 넣어 놓았습니다. 내가 먼저 시작할 수 있는 폭력을 없애는 방법 말입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아이의 말을 읽어 보세요. ‘이제부터 나는 아무도 때리지 않을 거야.’ 폭력을 없애는 첫걸음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두들겨 패줄 거야!#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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