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이 사람들아, 보라스 없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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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8일 0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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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일의 메이저리거 추신수(29·클리블랜드)가 구단과 연봉 조정에 들어간다.

구단 측을 대표해 클리블랜드 단장이 나오고, 변호사까지 동원되는 연봉 조정위원회는 엄정한 법정 같은 분위기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연봉 조정과 관련해 클리블랜드 구단에 초비상이 걸린 이유는 추신수의 뒤에 메이저리그의 '거인' 한명이 버티고 있기 때문.

'슈퍼 에이전트', '1인 선수 노조'라는 별명과 함께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스콧 보라스.

보라스는 추신수의 에이전트를 대표해 연봉 조정위원회에서 클리블랜드 구단 인사를 비롯해 2명의 변호사와 맞서게 된다.

최근 2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보라스는 엄청난 계약을 성사시키며 이름을 떨쳐왔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
미국 메이저리그의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
2006년 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뉴욕 양키스와 ·10년간 2억7500만달러(약 3070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에 연봉 계약을 체결토록 한 게 바로 보라스였다.

2009년에는 샌디에이고 스테이트대학에 재학 중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워싱턴 내셔널스에 4년간 1510만 달러(약 169억원)에 입단시켜 메이저리그 사상 신인 최고액 선수를 탄생시켰다.

보라스는 한국 야구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 2002년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할 때 5년 계약에 6500만 달러(약 754억원)의 거액을 받게 해준 인물도 그였다.

보라스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약대를 나온 그는 제약회사를 다니다 변호사 자격증을 땄고 이후 메이저리그에 있던 친구를 도와주다가 에이전트가 됐다.

그는 선수에게는 '천사', 구단에게는 '악마'로 불리며 '에이전트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 잡았다.

이런 에이전트 제도가 없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연봉 조정 1차 협상을 구단과 선수가 직접 한다.

선수가 에이전트의 역할도 겸하는 셈. 이 때문인지 연봉 협상장에 들어오는 선수들에게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이중 연봉 협상 담당자들이 가장 꺼리는 유형은 '답답형'이라고. 말을 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구단이 액수를 제시해도 묵묵부답이다.

막무가내형도 대책이 잘 안서는 스타일. 무조건 높은 액수를 부른 뒤 왜 그렇게 받아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은 과거와 달리 준비를 철저히 하는 선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이들 외에 무조건 많이 달라고 우는 '읍소형'도 있고, 뛰어난 개인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구단 사정을 배려해 첫 협상에서 'OK'하는 '살신성인형'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도 구단과 선수 간에 협상이 결렬될 경우 연봉조정신청을 하게 되는데 이때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나서 중재를 하게 된다.
연봉조정 신청을 낸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연봉조정 신청을 낸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추신수의 동갑내기이자 친구인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타격 7관왕 이대호(29·롯데)도 연봉조정 신청을 내놓은 상태.

어쨌든 보라스 같은 '슈퍼 에이전트'가 없는 것을 한국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은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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