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통신원 수첩]億… 億… 億달러… 돈줄 풀린 ML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미국 경제는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서민들에게는 1930년대 대공황이 연상될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경제 위기의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미국 스포츠계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드러난 부자 구단들의 천문학적 투자는 경제 위기와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경제 한파를 느끼는 듯했으나 올해는 그렇지 않다.

올해 자유계약선수 최대어는 좌완 클리프 리다. 그는 돈으로 우승을 산다는 비난을 듣는 뉴욕 양키스의 유혹과 텍사스의 전설적인 선수 놀런 라이언 사장의 삼고초려를 뒤로 한 채 필라델피아와 5년간 1억2000만 달러(약 1380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 신체검사와 공식 기자회견만 남겨둔 상태다.

리의 필라델피아행으로 팬들의 관심을 끄는 대어급들은 일단 둥지를 틀었다. 12월에만 3명의 1억 달러 계약자가 탄생했다. 리를 비롯해 외야수 칼 크로퍼드, 제이슨 워스가 주인공이다. 발이 빠른 크로퍼드는 보스턴과 7년간 1억4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워스는 워싱턴과 7년간 1억26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작품인 워스의 계약은 벌써부터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스는 메이저리그 8년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크로퍼드는 역대 1억 달러 타자 가운데 한 번도 홈런 20개를 넘기지 못한 중거리 타자다. 그동안 대박 계약을 이룬 타자들의 특징은 켄 그리피 주니어, 알렉스 로드리게스 같은 슬러거였다. 크로퍼드는 발과 수비로 1억 달러를 이룬 최초의 야수다. 1억 달러는 아니지만 시카고 컵스가 1년 계약을 한 카를로스 페냐도 보라스 작품이다. 페냐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시즌 타율이 2할(0.196)도 안 되면서 연봉 1000만 달러를 받는 선수가 됐다. 이들에 비하면 추신수는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26명의 1억 달러 선수를 배출했다. 올해에는 가장 많은 5명이 배출됐다. 누가 미국 경제를 위기라고 하겠는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문상열 기자 moonsytexas@hot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