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이야기]카카, 몸값 1억파운드 벽 깰까

  • 입력 2009년 1월 20일 03시 00분


아랍에미리트 억만장자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는 최근 이탈리아 세리에A AC 밀란의 브라질 출신 축구스타 카카를 영입하기 위해 1억 파운드(약 2027억 원)의 이적료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모하메드 알 파예드 풀럼 구단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쳤다. 카카가 대단하지만 그와 호흡을 맞출 선수가 전혀 없는 팀에서 영입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집트 출신인 파예드는 1997년 프리미어리그 풀럼을 인수했다. 그는 카카 같은 유명한 선수 영입은 감히 꿈꿔보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가장 큰 이적료는 1100만 파운드(약 222억 원)였다. 그런데 아랍의 한 부호가 카카를 거금에 영입한다며 세상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카카는 “밀란이 원하는 한 선수 생명을 마칠 때까지 이곳에 있고 싶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탈리아 총리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밀란 구단주는 “결정은 카카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카카를 팔아 거금을 챙길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팬들이 카카의 이적을 반대하자 주춤하고 있었을 뿐이다.

스포츠는 정치와 비슷하다. 모든 게 밝혀졌는데도 쉬쉬한다. 카카는 밀란이 자신을 팔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이 구단의 자산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아들과 딸들도 “카카를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에선 카카에 대한 거액의 이적료가 시장을 추잡하게 왜곡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아랍의 부호는 돈을 쓰고 싶어 한다. 어느 누구도 이를 불법이라 매도할 수 없다. 현재로선 셰이크 만수르만이 유일하게 카카의 몸값을 지불할 수 있다. 러시아의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적료가 1905년 1000파운드에서 100만 파운드가 되는 데 74년이 걸렸다. 1979년 노팅엄 포리스트의 브라이언 클러프 감독이 트레버 프란시스를 영입할 때 100만 파운드였다. 클러프 감독은 당시 ‘축구와 축구산업을 망친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클러프 감독은 “투자한 만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팀은 유러피언컵을 거머쥐었다. 프란시스는 결승전에서 결승 헤딩골을 넣었고 후에 100만 파운드가 훨씬 넘는 가격에 다른 팀에 팔렸다. 이제 30년 만에 1억 파운드 벽이 깨지게 생겼다.

첼시 출신의 잔프랑코 졸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감독은 “내가 감독이라면 카카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택은 감독의 몫도, 카카의 몫도 아니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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