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한국戰 50돌 사설]남북한 포옹 세상 흔들었다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2분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24일 한국전쟁 50주년을 하루 앞두고 ‘세상을 뒤흔든 포옹’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전쟁 후 굳어진 적대감으로 남북한간의 화해가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운 꿈일지라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이 갖는 중요성은 엄청나다”며 “남북정상회담은 동북아의 평형을 흔들고 미국의 정치 상황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사설의 요지.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서방 인사들은 종종 북한을 지구와 전혀 다른 행성(行星)에 비유하곤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두 행성의 지도자가 이제 어떻게든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만 한다고 결정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그간에 북한과 핵 및 미사일 협상을 벌여왔다. 클린턴 행정부 사람들은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의 참모들을 포함한 공화당 강경파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천진난만하다’고 공격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고 해서 이런 비판이 약화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북한의 핵시설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하 깊은 곳의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런 시도를 했다간 북한의 집중포화 때문에 서울이 파괴된다는 현실을 생각지 않고 있다.

미국은 과거 대결지향적인 한국 군부에 제동을 거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내 강경파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요구하며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계획하고 있으며 오히려 한국이 미국에 대북 군사행동 자제와 정치적 포용을 요청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모두 다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남북한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이해 당사국들은 나름대로의 이유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통일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여전히 비밀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미사일을 수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신중한 적(한국)이 도움을 주는 데 대한 답례로 공격 충동을 기꺼이 자제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리·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