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서재응 활약은 성격 덕”

  • 입력 2003년 5월 26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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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때다. 서재응은 그때부터 남달랐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여과 없이 뱉어내는 그는 팀의 활력소였다. 벤치에선 쉬지 않고 떠들어댔고 경기가 없는 날 관광이라도 나가면 짧은 영어로 통역과 가이드의 ‘1인2역’을 도맡아 했다.

반면 낚시를 즐기는 김선우는 조용한 편이었다. 항상 구석진 자리를 찾았다. 그래도 실력 하나 만큼은 분명 동기생 서재응보다 한수 위였다. 부상으로 발목이 시원찮았지만 그가 있었기에 사상 최약체란 평가를 받았던 대표팀이 일본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2년 후 이들은 나란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둘 다 명문 팀에 입단해 빅리그 진입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보스턴의 김선우가 역시 물꼬를 먼저 텄다. 뉴욕 메츠의 서재응은 지난해 단 한번 깜짝 등판해 고작 1이닝을 던졌지만 김선우는 이미 2001년 데뷔해 20경기에 등판했다. 김선우는 지난해에는 몬트리올로 트레이드되는 와중에도 3승무패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김선우는 트리플A의 에드먼턴 트래퍼스에 머물고 있는 반면 서재응은 시즌 초부터 풀타임 빅리거의 위치를 확고하게 굳혀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자는 서재응의 적극적인 성격에서 성공 이유를 찾고 싶다.

서재응은 올해 내셔널리그 16개팀 중 피안타율은 39위(0.273)에 머물고 있지만 평균자책은 에이스급인 15위(3.19)에 올라 있다. 60이닝 가까이 던져 볼넷이 11개에 불과한 것도 얼마나 공격적인 투구를 했는가를 보여준다.

애틀랜타의 봉중근도 26일 경기를 본 뒤 “재응이 형의 역투에 감명 받았다. 내가 부족했던 마운드에서의 자신감이 어떤 건지 가르쳐줬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날 역시 승수 추가엔 실패했지만 인하대 시절에 비해 훨씬 매서워진 눈매가 듬직해 보였던 서재응. 어쩌면 그가 애리조나의 김병현을 제치고 텍사스 박찬호에 이은 한국인 두 번째 10승 투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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