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 V2 거트 타이스, 이유 있었던 ‘여유’

  • 입력 2004년 3월 14일 1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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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2연패를 이뤄 아주 행복하다".

지난해에 이어 2004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5회 동아마라톤에서 연속 우승한 거트 타이스(33·남아공)는 대회 시작 나흘전인 지난 10일 입국한 뒤 "느낌이 좋다"고 했다.

다른 출전자들과는 달리 영어가 유창한 타이스는 기자회견을 할때나 다른 출전자들과 함께 연습할때 통역역할까지 도맡을 만큼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그의 여유가 허세만은 아니었다. 초반부터 내내 선두그룹을 유지하다 35km 이후 독주하며 2시간7분06초의 올 시즌 최고 기록으로 골인한 것. 2위 윌리엄 킵상(케냐)과는 무려 37초차.

타이스에게 서울국제마라톤 코스는 너무나 익숙하다. 2002년 대회부터 3연속 출전해 코스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이날 우승도 코스를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타이스는 35km 지점까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선두그룹에서 다른 선수들 사이에 파묻힌 채 바람을 피하며 힘을 비축했다.

타이스의 승부처는 바로 35km 지점. 페이스메이커가 선두에서 빠지자마자 급피치를 올리며 순식간에 경쟁자들을 멀찍이 때놓은 것. 체력안배에 실패해 이미 힘을 잃은 다른 선수들은 타이스의 행보를 '닭 좇던 개'처럼 처다만 볼 수 밖에 없었다.

타이스는 우승뒤 "마지막 7km를 남긴 지점에서 바람 때문에 조금 애를 먹었지만 지난 두 번의 경험에서 코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코스는 아주 편안했다"고 말했다.

경쾌한 주법이 장점인 타이스의 개인 최고 기록은 99년 도쿄마라톤 우승 당시 수립한 2시간6분33초.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페이스메이커로 출전한 서울국제마라톤 우승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타이스는 이 때문에 "나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서울국제마라톤에 감사한다"고 거듭 밝혔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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