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아프리카는 ‘돌풍의 핵’

  • 입력 2002년 6월 1일 22시 48분


‘불굴의 사자들’이란 명성을 떨치며 아프리카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카메룬. 비록 유럽 쪽에선 변방이지만 ‘복병’으로 꼽히는 아일랜드.

2002월드컵의 일본 개막전인 이번 경기는 과연 아프리카세가 유럽세를 또다시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월드컵에 첫 출전한 세네갈이 세계 최강 프랑스를 1-0으로 제압한 뒤라 더욱 카메룬의 활약에 초점이 모아졌다.

아프리카의 최강으로 1990 이탈리아 월드컵 때 8강에 오른 ‘검은 돌풍’ 카메룬은 전체적으로 크게 눈에 띄는 플레이를 펼쳐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카메룬은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아프리카 축구가 뭔지를 지구촌 팬들에게 확연히 각인시켜 줬다.

동물적인 감각에서 나오는 개인기,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 번개 같은 스피드, 푸른 초원에서 뛰놀듯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몸놀림. ‘수비축구’ 이탈리아의 플레이가 따분하고, ‘전차군단’ 독일의 플레이가 건조하다면 아프리카는 개인기를 맘껏 발산시키는 ‘자율축구’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 밖의 성적을 내기도 한다. 그만큼 보는 것도 즐겁다.

이날 카메룬도 그랬다. 전반에 조직력을 앞세운 아일랜드 수비진을 파트리크 음보마와 사뮈엘 에토오가 개인기로 가지고 놀았다. 특히 에토오는 마치 표범이 먹이를 사냥하듯 좌우 사이드를 비호같이 파고들어 아일랜드 수비라인이 두 손을 놓고 쳐다보기만 해야 할 정도였다.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서 조직력을 앞세운 아일랜드의 플레이에 밀렸지만 카메룬은 생명력이 넘치는 역동적인 놀림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흥분시켰다.

이날 1-1로 비겨 결과적으로 승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게 있었다. 그것은 이제 세계 축구에서 아프리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원한 ‘돌풍의 핵’이라는 것이다.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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