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한-일 우호 잇는 축구의 힘

  • 입력 2002년 4월 18일 17시 51분


요즘 일본에는 ‘한국을 알자’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다. 내가 사는 오이타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한국의 민속놀이를 배우고 있다. 또 학교에서는 아이 엄마에게 한국의 음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달라고 하고 내게는 한국축구에 관해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최근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또다시 한일감정이 악화됐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과거와 비교해선 엄청나게 발전했다.

한국과 일본이 가까워진 원인이 많이 있겠지만 나는 그 핵심에 축구가 있다고 본다. 먼저 한국선수들의 일본진출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축구선수의 일본진출은 오래전부터 이뤄졌다. J리그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일본에 진출한 선수는 노정윤(후쿠오카 아비스바)일 것이다. 지금은 많은 선수가 일본의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황선홍 유상철(이상 가시와 레이솔), 최용수(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박지성 안효연(이상 교토 퍼플상가), 윤정환(세레소 오사카) ….

최용수는 팀의 득점을 거의 독차지하고 있고 황선홍과 유상철 윤정환도 팀의 기둥으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런 한국선수들의 활약이 일본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게 만든 이유라고 본다.

일본선수 중에는 한국선수와 이야기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심지어 한국의 축구가 좋아 일본의 여학생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은 이제 드문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의 축구팬이 한국의 프로축구 경기를 보러 여행을 가기도 한다.

반대로 얼마전 한국의 여학생이 일본축구선수인 야나기사와(가시마 앤틀러스)의 팬이 되어 경기장을 찾아 일본의 응원단과 함께 응원하는 모습이 TV에 나왔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면서 축구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의 학생들과 일본의 학생이 가까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자랄땐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최근 한국의 많은 어린 선수들이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팀에도 한국에서 온 선수들이 있다.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적적이다. 먼저 어린 선수들이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려운 점을 일찍 느끼면서 체득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 셋째 가장 중요한 것으로 어린시기에 외국의 친구를 많이 만들어 훗날 자신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 월드컵을 통해서 한일관계발전의 방향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축구의 힘이 있다. 이것만으로 축구가 갖는 매력은 충분하지 않을까. 축구를 통한 외교, 이보다 더좋은 게 있을까.

일본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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