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히딩크 복귀시키기에 관련한 한 가지 이슈

  • 입력 2002년 8월 12일 15시 26분


최근 축협의 국장급 간부가 히딩크 감독의 '2004년 이후 재영입' 관련 계약서를 들고 네덜란드로 떠났다는 기사가 돌았다. '이미 히딩크 감독이 떠나기 전에 구두로 어느 정도 합의된 내용'을 들고 갔다는 얘기다. '협상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서명을 받으러 간 것'이란 인터뷰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튿날... 아인트호벤 복귀 후 첫 공식 경기의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의 입에선 '당분간 아인트호벤에 전념하고 싶다.'란 입장 표명이 있었다. 그럼 우린 뭐냐?? 닭 쫓던 개 된 거냐? 바로 그 다음날 임명된 박항서 AG 감독은 또 뭐냐?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서 엄청난 '빵꾸'가 난 것이 분명하다.

히딩크가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 사람이었던가?? 언론에서 이번에도 '없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인가?? 예를 들어, 축협 관계자가 네덜란드로 간 이유도 '히딩크 격려 차원'에서 간 것인데 말이다. 그렇게 위안(?) 삼기엔 '뱉어놓은 소리'가 너무 많다. 박항서 전 코치가 감독으로 임명된 사실을 보면 '히딩크 재영입 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소문대로 히딩크를 다시 데리고 오려 하는데 또 다른 유명 해외파 감독을 단기간 동안 영입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 감독이 향후 2년간 승승장구 한다면?? 그땐 히딩크와의 계약을 또 없던 걸로 할 수도 없을 것이고... 히딩크와 한솥밥을 먹어온 박항서 전 코치가 당분간 지휘봉을 잡다가 2004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히딩크에게 ‘제 자리(?)’를 돌려준다?? 대충 말은 되는 시나리오다.

'박항서 (임시) 체제 --> 2004년 히딩크 복귀' 필자는 이와 같은 그림이 솔직하게 말해서 근본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본다. 제 정신 박힌 국내외 유명 감독들이 '히딩크의 공백'을 100% 충족시킬 수 있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제 하에 말이다. '히딩크 공백'이란 바로 '세계 4강'을 뜻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후임 감독으로 뾰족한 수가 없다면 히딩크 잘 꼬셔서 2년 있다가 다시 오게끔 하자... 여론을 등에 업기에도 더 이상 안전한 수는 없다' 축협의 포스트 월드컵 기술위원회는 이런 계산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Why Not? 이다. 필자도 히딩크의 실력과 카리스마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지명도 측면에서 히딩크를 능가하는 감독이 부임하지 않는 한, 어지간한 국민 여론을 설득하긴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바로 '히딩크 오른팔 작전'일 것이다. '월드컵의 대성공을 지속적으로 승계해서 히딩크 축구를 향후 4년 동안에도 유지할 수 있는 후임 감독 임명 후, 2년 후엔 다시 히딩크를 벤치에 앉힌다...' 좋다. 획기적인 대안이 없다면 '용서할 수 있는 대안'이다.

그런데 필자는 히딩크를 다시 데리고 오려고 하는 축협의 계획 추진 과정에서 딱 한가지 이슈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히딩크 감독을 아끼고 지지하는 우리 축구 팬 모두가 잠시 동안만 아인트호벤 구단의 구단주나 단장의 입장이 되어보자. 십수년 만에 '아인트호벤의 정상 복귀'를 외치며 거액을 들이고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어렵게 히딩크를 영입한 아인트호벤 구단은 수 많은 네덜란드 축구 팬들이 고대하던 시즌 개막전 첫 공식 경기를 하루 앞두고 한국 기자들로부터 '요상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봐... KFA에서 히딩크 감독 다시 데리고 간대! 그 얘기 아나?? 여기(아인트호벤)에선 2년만 있고 그 후엔 다시 한국으로 간다는데?? 그 계약서 서명하러 KFA 간부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데??"

네덜란드가 이번 월드컵에 예선 탈락을 하는 바람에 베르캄프나 클루이베르트와 같은 슈퍼스타들의 환상 축구를 잠시 까먹어서 그런 것인지, 아님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대 네덜란드전에서 '오렌지 물결'을 자아내던 그곳 축구 팬들의 열정을 잠시 과소평가해서 그런 것인지... 그쪽 사람들도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둘째라면 서러운 사람들이고 아인트호벤과 같은 유럽의 명문 구단을 상대로... 대체 이 무슨 몰상식한 업무 처리란 말인가?? 남의 잔치집에 고추가루 뿌리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축협이나 언론 기자들이나 대체 어떻게 그런 식으로 김 빠지게 하느냐 말이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보자. 2년 전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려고 인천 공항에 내렸는데 이웃집 일본 기자들이 달려들면서... "2년 후엔 일본 감독으로도 관심이 있다는 말을 했다는데 정말입니까?? 일본은 어떤 포메이션이 어울릴까요?..."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서 비장한 각오를 하고 공항에 내린 '우리 감독'한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우린 그 일본 기자들의 입을 어떻게 했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선 비밀로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 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말이다. 히딩크 감독의 재영입 관련된 업무도 비밀리에 이루어져야 했다고 믿는다. 만약 그 계약이 성사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내년 이맘때 즈음 ‘떠날 사람’ 히딩크는 과연 아인트호벤 선수들의 통솔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의 말이 얼마나 약발이 있겠느냐 말이다. 경기력에는 어떤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인트호벤 구단 입장에선 여러모로 손해가 될 것이다. 그런 민감한 이슈를 온갖 기자들에게 몽땅 다 밝힌 축협도 참 경솔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나서 '당분간 아인트호벤에 전념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히딩크에게 혹시 서운해 하지나 않을 지 모르겠다. '어? 이 인간 딴 소리하네??'하면서 말이다.

이미 떠난 히딩크 감독을 다시 데리고 올 수도 있다는 소식은 일시적으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축협의 '업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여러 측면을 고려한다면 그 일시적인 국민적인 지지를 과감히 포기하더라도 '히딩크 복귀'에 관련된 사항은 철저히 비공개로 추진해야 했을 문제라고 본다. 국제적인 축구 에티켓 측면이나 박항서 전 코치의 동기 유발 차원에서도 히딩크가 2년 후에 온다는 사실은 그때 가서 알아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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