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화룡점정 그 때를 기다리며..

  • 입력 2002년 2월 7일 11시 36분


시드니 올림픽 예선탈락과 아시안컵 참패 이후 월드컵 16강 진출과 한국 축구의 체질개선의 대 명제를 안고 벽안의 명장 히딩크가 부임한지도 어느덧 일년이 넘었다. 먼저 지난 일년동안 히딩크 사단의 행보를 돌아보자. 프랑스, 체코와 같은 강호들과의 대결에서의 완패는 물론 쿠바와 같은 무명의 팀과의 대결에서도 고전을 하는가 하면 또 때로는 크로아티아나 미국과 같은 팀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둠으로써 과연 어떤 모습이 진정한 우리 나라 국가대표의 실력인지 당체 종잡기 힘들어 보인다.

작년 크로아티아와 미국과의 연승이후 한껏 올라가 있던 히딩크 감독과 국가대표의 주가는 지난 골드컵에서의 졸전으로 이제 또다시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프랑스에 이은 체코전의 5:0 패배 이후 언론에서 슬쩍 떠 봤었던 해임론이 이제는 당당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월드컵을 불과 백일여 앞둔 지금 시점에서 해임을 하여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과연 대안이나 가지고 그렇게 흔들어들 대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기도 하고 과연 무엇을 위해 그 멀디 먼 유럽에서부터 그를 우리가 데려오게 된 것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발언들이 아닐 수 없다.

누누이 말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골드컵이 아닌 것쯤은 알고 있지 않은가. 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이라는 대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 그전에 팀을 지휘하는 감독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다양한 방법의 실험과 경험축적을 통해 그 성공 확률을 높이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한 방법에는 정석이란 있을 수가 없다. 감독마다 또 전문가라 칭하는 이들마다 다들 자신들이 지향하는 스타일이 틀리고 팀을 강한 팀으로 조련하는 방법이 틀린 것이다. 때문에 만일 무언가에 대하여 비판을 하려면 그 사람이 지향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전제로 하여야 한다. "당신이 지향하는 스타일에 비추어 볼 때 지금의 방법은 당신의 목적을 이루기에는 이러이러한 면에서 잘못된 점이 있다, 왜..." 라는 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히딩크가 플레이 메이커가 없는 축구를 지향한다면 그 전제 내에서 "그렇다면 .. 이렇게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솜씨 좋은 목수가 집을 지음에 있어서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자원을 가지고 대패로 나무를 깎아서 기둥을 세우건 삽으로 나무를 깎아서 기둥을 세우건 집만 제대로 세우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며 화가가 그림을 그림에 있어서 붓으로 그림을 그리건 빗자루로 그림을 그리건 그림만 잘 그리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모든 것이 그 지향하는 스타일의 차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허나 지금의 각종 매체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판들을 보면 그 스타일 자체에 대한 비판이 그 주를 이루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삽으로 나무를 깎아 왔으니 당신도 삽으로 나무를 깎아야지 그런 식으로 대패로 깎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당신은 우리 나라의 나무들을 너무 몰라.."라는 식이다. 만일 그러한 스타일 자체를 부정한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 감독의 교체 밖에 없을 터.. 과연 지금 시점에서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들 말하는 것인지, 또 그네들이 그토록 열변을 토하는 것들이 대부분 플레이 메이커의 기용이나 베스트 11의 조기 확정을 통한 조직력의 극대화 등의 기존에 실패만을 거듭해 왔던 우리 나라의 방법과 거의 틀린 점이 없음을 볼 때 참으로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이 얼마나 짧은 소견의 발로인가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겪어 봤던 방법과 그 준비 과정이 너무 틀리니 그냥 지켜보기에 당황도 되고 과연 바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으리라.. 그러나 제발 냉정한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자. 아직 우리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아니 어떠한 것도 실패한 것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차피 서두에 말한 것처럼 시드니 올림픽 예선 탈락과 아시안컵 4강에 그친 한국식 축구의 한계를 절감한 상황에서 그를 영입한 것이 아니었던가. 과연 지금 우리의 실력이 그 당시만큼 암울한 것인가? 과연 그 당시의 우리에게 더 이상 잃을 것이 있었던가 말이다. 혹자는 그래도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인 2승이나 했지 않나, 그것을 과소평가 해선 안 된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말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뒤집어 말해서 바로 거기까지가 한국식 축구의 한계인 것이다. 큰 무대에 나설 때마다 그 동안 상대해 왔던 평가전과는 다른 몸놀림을 보이는 상대에 대한 당황과 경험부족, 높은 세계의 벽을 절감하고 돌아서는 축구... 적어도 지금 까진 그랬다.

선수 기용과 전술 문제를 제외한 또 다른 비난의 한 축인 여자친구 문제..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인간성과 사생활의 청결함으로 축구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인가.. 그런 것인가 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법정 스님 같은 분들을 감독으로 모시기를 권한다.

해서...

지켜보자는 것이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체계와 스타일을 가진 벽안의 감독의 축구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다. 과연 그가 우리의 축구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기에 기다리자는 것이다. 설마 하니 지금까지의 한국식 축구의 결과보다 못하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지난날 수많은 흔들어댐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이라고는 "만일 그때 ...했더라면…"이라는 후회밖에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히딩크를 지지하는 이들이 단순히 맹목적인 추종만을 가진 빠돌이들과 구분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다시 서두로 돌아가서 지금의 히딩크 흔들기의 빌미가 된 골드컵을 살펴보자. 문제의 발단은 빈약한 골 결정력으로 인해 쿠바와 비기고 코스타리카와 캐나다에 연패를 하면서부터이다. 이로 인해 위에서 길게 말한 것처럼 감독 해임론부터 여자친구에서 비롯된 불성실론이 연일 신문에 오르내렸다. 허나 무엇보다 각종 게시판을 한동안 뜨겁게 달궜던 화두는 미드필드에서 게임을 풀어주고 감각적인 패스를 할 수 있는 전문 플레이메이커의 기용과 그 대안으로 거론된 윤정환이었다.

한국 축구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인정 받고 있는 그가 왜 지금처럼 허약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합류되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은 아마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질 것이다. 항간에는 윤정환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지적 받고 있는 체력 문제와 수비력 문제를 들먹이는 사람도 있고 또한 지단, 피구와 같은 특급 플레이 메이커가 아니라면 그를 중심으로 하여 원맨 팀으로 팀을 꾸려 나간다는 것은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는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평소에 윤정환 그가 우리에게 보여 주었던 상대의 수비 조직을 한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공할 킬 패스와 경기를 조율하는 넓은 시야를 생각한다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수비력 문제는 납득이 가지만 체력문제 또한 현재 일본에서 항상 90분 풀 타임으로 뛰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다면 그리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더구나 현재 심각한 미들에서의 패싱력과 공격력 부재에 시달리는 대표팀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굳이 증거를 대라면 히딩크가 부임한 이후 대부분이 골들이 코너킥과 같은 세트 플레이와 중거리 슛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명확해 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현재의 대표팀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히딩크는 왜 그를 기용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 테스트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인가 말이다. 물론 그 정확한 이유는 히딩크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 실마리라도 풀어 보기 위해서는 히딩크가 처음 부임했을 때의 대표팀의 상황부터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먼저 히딩크가 부임하기전의 한국 축구를 돌아보자. 아마도 평을 하자면 공격력은 아시아에서 탑 클래스 수준이나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을 자주 들어 왔을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이미 감독에 내정된 후 부임하기 전부터 사전에 한국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조사를 했을 히딩크가 그 사실을 분명 모를리 없었을 터...

때문에 인지 히딩크는 그 동안 한국 축구의 최대 취약점인 허술한 수비 조직을 가다듬는 것을 부임 한 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강한 체력과 근성을 바탕으로 강한 압박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했고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취약한 윤정환은 단 두 번에 걸친 총 90분간의 테스트만으로 더 이상 기회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프랑스와 체코등 유럽의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처참한 맞대결 끝에 허술해 보이던 수비조직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 작년 크로아티아 전을 계기로 비로소 어느 정도 탄탄한 수비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고 보여진다. 히딩크 본인의 입으로도 지금까지는 허약해 질대로 허약해져 있는 수비 조직을 가다듬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는 그러한 수비조직의 실험과 튜닝은 크로아티아 전을 계기로 끝났으며 연말의 미국전 부터는 공격력을 본격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한바 있다.

그러한 발언 때문인지 사실 많은 분들이 골드컵에서의 윤정환의 합류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국 기대와는 달리 히딩크는 그가 없는 대표 팀을 다시 선택하였다. 아마도 기존의 강한 체력과 근성을 가진 선수들 중에서 잘만 하면 그 만은 못해도 쓸만한 재원을 뽑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때문에 골드컵에서 히딩크는 모든 경기를 3-4-1-2의 전술을 기본으로 그 자리에 이천수, 박지성, 최태욱을 번갈아 가면서 실험해가면서 그 가능성을 실험했지만 결론은 골드컵의 전적에서도 나타나듯이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아마 그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골드컵이 끝난 직후 나온 예상치 못한 선수의 발탁 가능성에 대한 히딩크의 발언은 아마도 이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라 생각된다.

추측이긴 하지만 강한 체력과 수비력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지 않고 경기를 지배하여 승리를 취하는 히딩크의 스타일로 볼 때 아마도 윤정환과 같은 선수는 그 패스와 게임 조율에 대한 실력은 인정하지만 될 수 있으면 쓰고 싶지 않은 선수 중에 하나였으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원 맨팀'으로서의 취약점 때문이다. 한 명의 창의력에 의한 경기력이 아닌 선수 전원에 의한 창의적인 경기 운영이 그 궁극적인 목표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골드컵에서 사용한 3-4-1-2의 플레이메이커를 두는 전술은 월드컵에서의 메인 전술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입으로도 말했지만 이번 골드컵에서의 주요 포인트는 포르투칼과 같은 강 팀과 상대할 때 대부분이 수비에 집중해야 할 상황을 고려하여 플레이메이커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인원만이 공격에 치중하는 3-4-1-2의 실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경기중이라도 상황에 따라 포메이션이 유기적으로 변하는 것을 고려하여 이마저도 기본적으로 체력과 수비력이 갖추어져 있는 현재의 선수들 중에서 그 해결책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골드컵에서의 졸전의 이유였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월드컵전의 마지막 실험 기회인 3월의 유럽 원정 때는 아마도 윤정환 선수가 합류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된다.

하지만 어쨌든 윤정환 선수가 합류를 하던 안 하던 이러한 모든 것도 그의 과정 중에 일부라는 것이다. 그가 그리는 월드컵의 16강 진출이라는 대 명제를 달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의 밑그림의 일부분인 것이다. 과연 그가 지금 그리는 그림이 구겨져 쓰레기통에 쳐 박혀 한낱 쓰레기에 지나지 않을 졸작이 될지, 혹은 길이 남을 명작이 될 지는 그가 그의 그림에 마지막 점을 찍는 순간에야 비로소 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제발 조급해지지 말자. 어차피 잃을 것이 없었던 우리 아니었던가.. 혹시 아는가.. 정말로 그가 화룡점정의 신기를 발휘하여 다가올 6월에 용이 되어 승천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지...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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