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레알 마드리드가 달라지고 있다!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2시 55분


라울 곤살레스,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베르투 카를로스… 이름만 들어도 그 위력을 알 수 있는 유명 스타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레알 마드리드 전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중심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고의 선수 11명이 모였다고 해서, 최고의 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절대불변의 명제는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슬럼프에 빠져들면서 몸소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레알 마드리드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네딘 지단이 레알 마드리드의 팀컬러에 서서히 적응해나가고 있으며, 불안하던 수비조직력도 예전보다 짜임새 있어졌다. 물론, 경기 중에 나타나는 결정적인 실수는 여전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현재 전력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1. 아직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 수비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의 영입을 성사시키며 세계를 경악케 했던 레알의 구단주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또다시 '빅 딜'을 성사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얼마 전부터 축구계를 긴장시켰다. 그 주인공은 '유럽 최고의 센터백'으로 손꼽히는 라치오의 알레산드로 네스타인데, 사실 오웬, 셰브첸코, 크레스포, 비에이라 등 수많은 선수들을 레알로 데려오겠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는 페레스이지만, 정작 팀의 전력에 가장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는 네스타 한명으로 족하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만큼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수비는 어느 정도 문제점을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도 문제지만, 뚜렷하게 노쇠화 기미를 나타내고 있는 이에로, 2% 부족해보이는 카랑카, 경험부족과 잦은 실수로 아직 주전으로 내보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는 파본,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기복이 심한 이반 캄포 등 선수들 개개인에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게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 수비라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바로 페레스가 네스타를 부르짖는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마드리드의 중앙 수비수들은 스피드가 좋은 선수들에게 약하다. 이는 지난 시즌 홈에서 펼쳐졌던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으며, 특히 데포르티보와의 경기에서는 자우밍야라는 특급 미드필더의 스피디한 드리블에 시종일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확실히 '수비 조직력'이라는 문제에 앞서, 어느 정도 선수층에 수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소한 올시즌 만큼은 아무런 선수보강도 없이 기존의 멤버들로 일정을 소화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뜨겁게 불타 올랐던 네스타의 영입설도 현재 잠잠해진 상황이고, 델 보스케 감독 역시, 더 이상의 선수 영입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비관할 수는 없다. 이에로는 여전히 한 팀의 중심역할을 해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으며, 맨유의 블랑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스피드를 두뇌와 경험으로 커버할 수 있는 노련미를 갖추고 있는 선수다. 파본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카랑카 역시 계약문제만 마무리 짓는다면 정상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으로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닐테지만…

과연 마드리드가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조직력'과 '경험'으로 커버해낼 수 있을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중앙수비에 지니고 있는 그들의 문제점이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원하고 있는 프리메라 리가 2연패, 더 나아가 챔피언스 리그 정상탈환의 목표를 현실화 시키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거라는 사실이다.

2. 선수들보다는 전술적인 문제 - 미드필드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스티브 맥마나만, 이반 엘 게라, 마케레레 등으로 이뤄진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드 라인은 선수 구성만 놓고 살펴본다면 그 어느 팀과도 비교 자체를 거부할 정도로 화려하다. 이들과 비교할 수 있는 팀을 꼽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에 비해 미드필드 라인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것은 '지나치게' 뛰어난 능력을 갖춘 위의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융화시킬 수 있게 하는 전술적인 문제점인 것이다.

이 문제의 중심에는 바로 지단이 위치해있다. 그 동안 프랑스와 유벤투스에서 지단은 공격일변도의 플레이를 펼쳐왔으며, 그의 이러한 플레이는 프티, 데샹, 비에이라 - 또는 타키나르디, 다비드스라는 2~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을 뒤쪽에 배치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이들과는 달리 지단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하기 보다는, 엘 게라와 마케레레 중 한명을 스타팅에서 제외시키고, 4명의 미드필더를 동서남북 형으로 배치하는 다소 공격지향적인 포메이션을 가동시키길 원했다.

이는 당연히 수비의 문제점으로 이어졌다. 현대 축구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미드필드에서의 1차적인 수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마드리드는 대량실점하며 어이없이 무너지는 경기를 연출해내고 말았다. 당연히 '지단'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줄 구세주가 아닌, 팀의 골칫덩어리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되었다.

델 보스케는 이러한 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두 가지 대안을 생각해냈다. 하나는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지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맥마나만을 왼쪽 라인에 포진시킴으로써 해답을 모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벤투스 시절처럼 지단에게 Freeman 역할을 부여하고, 피구는 좌측과 우측을 가리지 않고 '윙 플레이어' 역할을 담당하며, 이 두 선수의 뒤를 엘 게라와 마케레레, 셀라데스, 플라비우 콘세이샹 등의 미드필더들이 받쳐주는 것이다.

수 차례 실험을 거친 결과, 현재로써는 두 번째 방안이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있어서 더욱 효율적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고, 델 보스케의 이러한 전술은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스파르타 프라하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첫 경기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사실 지네딘 지단 뿐만이 아니라 루이스 피구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팀컬러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은 피구라는 한 선수에 의해 대부분 이뤄졌고, 그는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며 팀을 프리메라 리가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지단의 영입으로 인해 피구의 역할은 제한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이러한 문제점은 시즌 초반 피구의 부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프라하 전에서 보여준 피구의 플레이는 비록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새롭게 변화된 팀 컬러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낙관적인 것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시즌 초반과 가장 달라진 점이 바로 이러한 미드필드에서의 변화이다. 너무나도 개성이 강한 여러 선수들을 델 보스케는 '하나의 팀'으로 훌륭하게 융화시켰고, 이들이 조직적으로 완성될 때, 레알 마드리드는 그들이 꿈꾸고 있는 '최강'의 염원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3. 모리엔테스의 화려한 부활, 더 이상 문제점은 없다! - 공격

그 동안 셰브첸코를 데려온다, 레알이 오웬을 노리고 있다라는 루머가 많이 나돌았었다. 그러나 이러한 루머들은 곧 잠잠해지지 않을까? 바로 마드리드의 No.9 페르난도 모리엔테스가 잦은 부상을 딛고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98-99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는 무서운 신예 공격수 두 명이 있었다. 단 둘이서 프리메라 리가에서만 44골을 합작해내며 최고의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 라울과 모리엔테스가 바로 그들이었다. 이 둘은 레알 마드리드 뿐만이 아니라 스페인의 희망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리엔테스는 최근 2년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팬들의 비난을 면치 못했고, 결국 마드리드에는 "팀에 새로운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라는 공론이 일 정도로, 그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었다.

이처럼 고난과 시련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모리엔테스는 팀 공격에 무게감을 더해줌으로써, 델 보스케의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지난 시즌의 70% 이상을 라울과 함께 투톱으로 뛰었던 구티는 본래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새로운 스타 공격수의 영입은 재정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져, 팀의 다른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제한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라면, 라울과 모리엔테스의 콤비를 기다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되살아 나고 있는 최고의 콤비에 환호하고 있을 것이다. 이 두 선수가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한,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에게서 '공격의 문제'를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아닐까?

2002 월드컵을 6개월여 남겨두고 있는 지금, 한반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럽축구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축구팬들은 레알 마드리드라는 최고의 클럽이 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과연 레알 마드리드가 그들이 지닌 모든 것을 100%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기대하고, 또, 그것을 보기 위해 축구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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