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거미손 박규현 LG ‘숨은 손’

  • 입력 2002년 3월 6일 17시 42분


박규현(오른쪽)이 동양과의 경기에서 김병철을 끈질기게 수비하고 있다.
박규현(오른쪽)이 동양과의 경기에서 김병철을 끈질기게 수비하고 있다.
병역을 갓 마친 복학생은 대개 첫 학기 적응에 애를 먹기 마련이다. 학교를 떠나 있던 동안 분위기가 바뀐 데다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낯설 때가 많기 때문.

올 1월23일 18개월의 공익근무요원 근무를 마치고 시즌 중반 코트에 돌아온 LG세이커스의 가드 박규현(28·사진). 팀 합류 다음날인 1월24일 SK나이츠전에서 데뷔전을 치르고 난 그 역시 얼마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 군 복무하는 사이 감독이 바뀌었고 트레이드로 주전이 대폭 물갈이된 데다 외국인선수도 새로운 면면이었던 것. 게다가 모처럼 게임을 뛰다보니 체력마저 달렸다.

하지만 적응기를 끝낸 박규현이 LG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는 데 숨은 공신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가. 박규현은 ‘거미손’이라는 별명처럼 끈끈한 수비가 일품. 97∼98시즌에는 수비 5걸에 뽑히며 그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경기 감각이 뛰어나 상대 공격 루트를 미리 차단하거나 빠른 발로 자신의 마크맨을 쉴새없이 쫓아다니는 것. 삼보 ‘농구 천재’ 허재는 집요하게 달라붙는 박규현이라면 혀를 내두를 정도.

박규현이 나라를 지켰던 지난 시즌 LG는 평균 실점 99점으로 10개 팀 가운데 가장 나빴다. 올시즌에도 박규현의 복귀 이전까지 경기당 93.7점을 내줘 역시 평균 실점 1위. 그러나 박규현이 뛴 14경기에서는 실점이 81.4점에 그치면서 평균 실점 5위에 올라 있다.

평균 득점 100점 이상을 기록하던 공격농구 위주였던 LG는 박규현의 가세와 함께 수비에도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팀컬러가 다양해졌다. 자물쇠가 번번이 풀린 탓에 중하위권을 맴돌던 팀 성적도 견고해진 수비망을 앞세워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3일에는 포스트 시즌 티켓을 거머쥐었다. 강력한 수비와 함께 박규현은 6일 현재 평균 8점, 4.4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고른 기량을 보이고 있다.

수비 농구의 선봉을 자처하고 있는 박규현은 “내가 맡는 선수가 아예 볼을 못 잡게 하거나 가로채기를 노리는 등 예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며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의 실점을 줄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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